정일우, '황금무지개'와 함께 진정 남자로 거듭나다(인터뷰)

정일우/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장용준 기자]배우 정일우가 달라졌다. 데뷔 9년차인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손영목 차이영, 연출 강대선 이재진)에서 선 굵은 연기력을 선사했다. 더 이상 그냥 '꽃미남 배우'가 아니었다. 정일우가 내비치는 한 남자의 성숙한 매력에 연령을 불문한 많은 여성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벌써 끝이라니 믿기질 않네요. 캐스팅 제의를 받고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주말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등장인물도 많고 좀 더 긴 호흡으로 가거든요. 연기자로서 보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킬 기회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죠.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도 있었고요."

정일우는 '황금무지개'를 함께 하면서 남자 배우에게 중요한 '중저음 톤'을 많이 잡았다고 밝혔다. 실제 그가 연기한 서도영은 겉으로는 가볍지만 사랑과 혈육의 정 사이에서 고독한 내면적 싸움을 이어온 인물이다. 정일우는 그 삶의 무게감을 젊은 배우답지 않은 묵직함으로 그려냈다.

"서도영은 참 복잡한 캐릭터죠. 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초반의 날라리 검사에서부터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등 어두운 부분들까지 말이죠. 그 변화가 무난하게 흘러간 것 같네요. 주변에서도 연기력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많이 해줘서 뿌듯했죠."

정일우는 '황금무지개'를 통해 얻은 것을 '여유'라는 한 단어로 축약해 표현했다. 시간이 흐르고 일이 몸에 익으면서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속에 그런 넓은 그릇이 있기에 몰입도 더 잘 할 수 있었다. 소속사 관계자들에 의하면 촬영장에서 그의 극에 대한 집중력은 유명했다.

"예전보다 느긋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멉니다.(웃음) 이번에도 많이 힘들었어요. 하루 종일 세트장에 상주하며 서도영 자체가 되려고 노력했죠. 신경을 워낙 쓰다 보니 두통까지 생겼어요. 건강 체질이라고 자부했는데 아차 싶었죠. 그래도 덕분에 대본 속 서도영과 현실의 정일우가 만나 뭔가 새로운 인물이 탄생한 것 같아요."

정일우/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밖에도 작품의 인기를 이끈 건 동료 배우들의 활약이었다. 애프터스쿨 유이, 명품배우 조민기, 아름다운 미모의 차예련 등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고생하며 '황금무지개'를 탄생시켰다. 정일우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그의 말투에는 그리움이 묻어났다.

"또래 배우들과는 다 친하게 지냈죠. 그중 특히 유이에게는 평소에도 '백원아'라고 불렀어요. 그만큼 드라마만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파트너였죠. 또 조민기 선배님은 정말 멋있는 남자죠. 평소엔 농담도 많이 하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몰입이 장난 아니세요. NG도 거의 없는 분이고,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황금무지개'는 이처럼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 약 5개월에 걸친 여정을 끝마쳤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검사 서도영을 볼 수 없다. 극중 그는 자기 자신에게 총구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고, 백원(유이 분)은 혼수상태에 빠진 서도영을 극진히 간호하며 엇갈릴 뻔 했던 사랑의 결실을 이뤄냈다.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혹시 아쉬움이 남진 않았을까.

"서도영은 아버지의 위협에서 백원이를 살리려면 자신이 죽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자살을 택했어요. '죽어도 널 잊지 않을게'라는 대사가 마지막이었죠.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어진 해피엔딩과 상관없이 제 안에서의 서도영은 그렇게 죽은 셈이죠. 어느 때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찍은 장면이기에 여한은 없어요."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정일우는 요즘도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밀린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달 3일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 팬미팅을 개최하며 현재의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언제나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일우, 그는 아직도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다.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