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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삼봉정이 흥취로 가득차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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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퇴계의 사랑 두향(59)

[千日野話]삼봉정이 흥취로 가득차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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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두향이 나섰다. "너무나 귀한 말씀들을 들으니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퇴계 나으리가 지으신 도담시편을 읊을까 합니다. 괜찮을지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괜찮고 말고요. 안 그래도 청할까 하던 참이었는데…."
두향은 거문고를 안았다.

"산은 단풍빛으로 밝고 물은 모랫빛으로 밝네
섬 셋에 해가 기우니 저녁노을 둘러섰네
하여, 푸른 벽에 눕힌 신선 뗏목에서 일박(一泊)
황금빛 파도를 일으킬, 별과 달 구경을 기다리네
山明楓葉水明沙(산명풍엽수명사)
三島斜陽帶晩霞(삼도사양대만하)
爲泊仙사橫翠壁(위박선사횡취벽)
待看星月湧金波(대간성월용금파)"

"과연! 절창입니다. 사또는 누가 뭐라 해도 천상의 풍류소객(시인)입니다."
"허허. 과찬이십니다. 두향이 풀어내는 솜씨가 졸시를 아름답게 만들었소이다."
"무슨 말씀을요? 두향도 뛰어나고 퇴계도 빼어난 것을. 산명풍엽에 수명사도 아름답고, 삼도사양에 대만하도 웅장하기 그지 없소이다. 신선의 뗏목을 푸른 벽에 비스듬히 세우는 것도 품격 있고, 별과 달이 금빛 파도에 넘실대는 풍경도 가히 일품입니다." 공서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이때 문득 명월이 나서서 웃으며 말을 한다.
"과연 천하의 퇴계이십니다. 저 또한 거문고를 놓은 지 오래되어, 음률은 다 잊은 바 되었으나, 두향의 노래를 들으니 저 또한 퇴계어른의 시 한편을 읊으면 어떨까 합니다. 두향이 거문고를 연주해주면 저는 춤을 추겠나이다."
"오오. 그거 괜찮은 생각입니다."
공서와 구옹이 동시에 외쳤다.

비록 낡은 옷은 입었으나 해사한 얼굴을 지닌 여인이 좌석에서 일어난다. 좁은 누각 위에서 나비처럼 날개를 편다. 두향의 거문고 소리가 들리자, 명월은 옥음(玉音)으로 시를 읊는다.

何年神物動雲雷(하년신물동운뢰)하여
絶境中間巨石開(절경중간거석개)인고
萬古不隨波浪去(만고불수파랑거)하니
嵬然如待使君來(외연여대사군래)로다

언제 용이 꿈틀거려 벼락을 때려
끊어진 경계 사이에 큰 바위 열었는가
오랜 세월 파도는 따라오지 못하니
높이 섰구나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一棹扁舟放碧瀾(일도편주방벽란)하여
橫穿三島鏡光寒(횡천삼도경광한)이도다
沂회欲盡西崖勝(기회욕진서애승)하고
須傍東邊白玉灣(수방동변백옥만)이라

노 하나로 조각배, 푸른 물에 놓아두니
나란히 선 세 섬 거울빛처럼 차갑도다
흐름과 역류가 멈추는 듯하니 서쪽 벼랑이 이겼고
모름지기 동쪽 물가엔 백옥여울이 흐르도다

이지번이 외쳤다.
"석문에서 본 도담삼봉을 읊은 것도 기이하고, 세 개의 섬을 거울속 빛으로 표현하고 서쪽의 깊은 심연의 고요와 동쪽 급류의 소란한 물소리를 나눠놓은 것도 일품입니다. 사또 덕에 도담이 새롭게 생기를 얻어 살아나는 듯합니다. 거기에 밝달선비의 춤이 나는 듯 돌아가니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풍경에 취하고 시에 취하고 춤에 취하고 거문고에 취하고 사람에 취했으니 이야말로 삼도오취(三島五醉)가 아니겠습니까."

퇴계가 말했다. "밝달선비의 춤을 더하니 참으로 가히 삼봉정이 흥취로 가득찬 것 같소이다."

그때 명월이 가만히 말했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퇴계 나으리의 풍모를 존경해온 사람입니다. 나으리는 7년 전에 의주 땅에 공무로 가신 적이 있었지요?"
"7년 전이면? 아아, 그때 의주 삼각산(용운산)의 통군정과 취승정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만."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정도전의 호 '三峰'에 숨은 뜻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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