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계기, 의리파로 노동자에 어필
'모금꽝' 이해찬 민주당 의원 "달라고 홍보도 안했다"
총리·당대표 거치며 후원금 계좌 자주 닫아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14층에 진입했을 당시 철도 노조원들의 곁을 지킨 사람이 바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다. 경찰이 검거하려 했던 지도부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후였다.
박 의원은 이 사건을 "박근혜 정권의 폭력 본성만 확인한 코미디"라고 힐난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이날 현장에서 보여준 박 의원의 모습은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정작 놀란 것은 박 의원 측이다. 정치 후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를 서둘러 찾아본 것도 박 의원이다. 알아보니 박 의원의 공식 후원회를 통한 노동자들의 소액 후원금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평균 기부액이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별도로 신고해야 하는 30만원 이상의 기부자는 1980명의 후원자 중 단 4명밖에 되지 않았고, 가장 고액의 후원금도 1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모금액 1위를 차지한 것보다 고액 후원금에 의존하지 않은 후원 내역에 박 의원은 감격했다고 한다. 그는 "현 정치자금법상의 모금 한도액을 초과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휴일 등으로 제때 확인을 못하는 사이 초과된 것 등을 선관위에 소상히 소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이 모금액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연말 철도 노조 파업 사태에서 보여준 활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정의당의 KTX민영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기꺼이 맡았다. 경찰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당시 박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순간 급증한 접속자로 인해 먹통이 될 정도였다.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 국회의원 가운데 지난해 정치 후원금이 가장 적었던 사람은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었다. 뜻밖이다. 6선 의원으로 총리와 당 대표를 지내는 등 유명세를 탄 의원치고는 후원액이 좀 적었다. 세종시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의 정치 후원금 총액은 135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이 의원이 총리 시절부터 후원금 보기를 돌 같이 여긴 탓이다. 이 의원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로 재직하면서 후원금 계좌를 아예 폐쇄했다. 정치 후원금과 관련한 잡음이 생기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당선 직후 "총리 재임 동안 후원금 계좌는 닫아 둬라"고 조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엔 후원 한도액인 1억5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모았지만 당 대표를 맡으면서 후원금 계좌를 또 한 번 닫았다. 당 대표 시절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금 문제를 끈질기게 추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후보 시절 후원금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2012년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모금한 후원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연대를 위해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 의원은 다시 후원금 계좌를 열었다. 그러나 후원금을 받기위한 특별한 홍보 활동은 없었다. 이 의원 측은 "지지자에게 부담을 주기 미안한 상황"이라며 "관행적으로 후원금을 받지 않아 왔고 가뜩이나 다들 어려운데 후원금을 달라고 하기도 애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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