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잃은 자유…영화 '노예 12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스티브 매퀸 감독의 작품..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후보 노미네이트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잃은 자유…영화 '노예 12년'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솔로몬 노섭은 1808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미국 뉴욕 주 미네르바에서 태어났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 그리고 실력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솔로몬 노섭의 인생이 뒤바뀌게 된 것은 1841년부터다. 워싱턴을 방문하던 길에 하루아침에 노예 상인에게 납치된 솔로몬 노섭은 그 길로 루이지애나 중 어느 농장으로 팔려간다. 그렇게 노예 신분으로 지낸 세월이 12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탈출 기회를 노리던 노섭은 우연한 기회를 맞아 극적으로 구조된다.

'노예 12년'은 탈출한 그 해인 1853년 솔로몬 노섭이 직접 쓴 노예 생활 이야기다. 백인 노예 제도 폐지론자들이 쓴 작품이 아니라 흑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 해 먼저 출간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더불어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뉴욕 주 사라토가에서는 매년 7월 셋째 주 토요일을 '솔로몬 노섭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 스티브 매퀸 감독은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어 우리 앞에 내밀었다. 2008년 첫 장편영화 '헝거'와 2011년 '셰임'으로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티브 매퀸 감독은 이 작품으로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됐다. 감각적인 연출력과 영상감각에 그동안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는 결국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손을 잡았다. 영국 출신 흑인 감독인 매퀸으로서는 아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피해갈 수 없었을 터였다.

"나는 노예가 아닙니다" 하루 아침에 잃은 자유…영화 '노예 12년' 원본보기 아이콘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노예로 생활한 12년 동안 두 명의 주인을 만난다. 이름도 '플랫'으로 바뀐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첫 번째 주인 '윌리엄 포드'는 플랫을 총애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자유인'으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악명높은 두번째 주인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고 난 후 플랫은 아예 동물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된다. 바이올린을 키던 손으로 목화를 따고 사탕수수를 베던 '플랫'은 무차별적인 매질과 폭행에도 묵묵히 버틴다.

'플랫'이 백인 감시관을 폭행한 벌로 밧줄에 목이 걸린 채 나무에 시체처럼 매달리는 장면은 아찔할 정도로 잔혹하다. 목이 매달린 채 발끝을 들어 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그에게 손내밀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백인들은 물론이고 다른 노예들마저 그저 플랫을 무기력하게 쳐다만 볼 뿐이다. 별다른 연출의 기교도 없이 감독은 그저 다큐멘터리처럼 그 잔혹한 시간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느리게 전개되는 화면은 쉴새없이 들려오는 채찍소리와 맞물려 오히려 백인 주인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
이 흑인 남성의 생존의 기록물인 '노예 12년'은 조용히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그로부터 16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하고 말이다. 매퀸 감독은 "이 책의 역사적 가치를 21세기에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현대인들에게 '솔로몬의 용기와 자존심'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나누고자 했다"고 말한다. 지난 달 열린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다음 달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9개 부분에 후보에 올랐다. '노예 12년'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할 경우, 스티브 매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의 흑인 감독 작품상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수상 여부를 떠나 '최초의 흑인 감독'이란 점 역시 '노예 12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셈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