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매퀸 감독의 작품..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후보 노미네이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솔로몬 노섭은 1808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미국 뉴욕 주 미네르바에서 태어났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 그리고 실력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솔로몬 노섭의 인생이 뒤바뀌게 된 것은 1841년부터다. 워싱턴을 방문하던 길에 하루아침에 노예 상인에게 납치된 솔로몬 노섭은 그 길로 루이지애나 중 어느 농장으로 팔려간다. 그렇게 노예 신분으로 지낸 세월이 12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탈출 기회를 노리던 노섭은 우연한 기회를 맞아 극적으로 구조된다.
'노예 12년'은 탈출한 그 해인 1853년 솔로몬 노섭이 직접 쓴 노예 생활 이야기다. 백인 노예 제도 폐지론자들이 쓴 작품이 아니라 흑인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 해 먼저 출간된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더불어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뉴욕 주 사라토가에서는 매년 7월 셋째 주 토요일을 '솔로몬 노섭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노예로 생활한 12년 동안 두 명의 주인을 만난다. 이름도 '플랫'으로 바뀐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첫 번째 주인 '윌리엄 포드'는 플랫을 총애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자유인'으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악명높은 두번째 주인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고 난 후 플랫은 아예 동물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된다. 바이올린을 키던 손으로 목화를 따고 사탕수수를 베던 '플랫'은 무차별적인 매질과 폭행에도 묵묵히 버틴다.
'플랫'이 백인 감시관을 폭행한 벌로 밧줄에 목이 걸린 채 나무에 시체처럼 매달리는 장면은 아찔할 정도로 잔혹하다. 목이 매달린 채 발끝을 들어 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그에게 손내밀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백인들은 물론이고 다른 노예들마저 그저 플랫을 무기력하게 쳐다만 볼 뿐이다. 별다른 연출의 기교도 없이 감독은 그저 다큐멘터리처럼 그 잔혹한 시간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느리게 전개되는 화면은 쉴새없이 들려오는 채찍소리와 맞물려 오히려 백인 주인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킨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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