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까지 주식·채권 '팔자' 열풍…단기·장기 자금 조달 타격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277억달러(약 29조8700억원)로 집계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감소한 것이다.
펀드분석업체 리퍼에 따르면 최근 1주 사이 정크본드 등 미 고수익 채권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9억900만달러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유출 규모다. 최근 두 달 사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40억달러가 증발했다. 선진국 채권시장에서는 15억달러 이상이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신흥국의 경우 통화가치 하락에 따라 기업이 외화로 조달한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터키·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최근 금리를 인상한 신흥국은 자금조달 비용이 빠르게 치솟아 기업의 고충만 커지고 있다.
이머징 증시에서는 14주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최근 1달 동안 신흥국 증시에서 벗어난 투자금이 114억달러에 이른다.
유럽의 상황도 좋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유럽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조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조달은 물론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 통로인 MMF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가 큰 유럽 은행도 불안하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 은행권의 신흥국 기업 대출 비중은 미국·일본 은행권보다 높다. 스페인 BBVA 등 유럽 6대 은행의 신흥국 대출 잔액은 1조7000억달러를 웃돈다. 유럽 은행들의 총자산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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