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태는 급반전됐다. 3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치권은 이날 하루만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협의 반나절만에 소위 참여위원 8명이 확정되는 등 여의도는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파업 철회가 결정된 순간에도 공방은 여전했다. 코레일과 노조는 서로의 불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상대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거리두기로 일관한 정치권과 정부는 빠른 시간 안에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조정자 부재라는 불안감 속에 국민을 방치했다. 모두가 '원칙'을 내세웠지만 원칙을 말하는 목소리는 그 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욱 공허했다.
철도파업 사태에서 누가 이겼을까? 이번 사태에서 승자가 있긴 한 걸까? 줄줄이 예고된 소송과 징계 절차에서 혹 승패를 가리려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싸움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얼마나 크게 기세를 올리든 그것을 승리라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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