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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철도파업, 승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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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새해에도 끝을 모르고 달릴 것 같던 파국열차가 드디어 멈춰섰다. '협상역'과 '교섭역'을 무정차 통과하며 22일을 내달리던 철도노사의 갈등은 정치권이 세운 신호등 앞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30일 오전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태는 급반전됐다. 3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치권은 이날 하루만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협의 반나절만에 소위 참여위원 8명이 확정되는 등 여의도는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영화 반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우선시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파업 성과를 자평했다. 같은 시각 코레일과 정부는 "파업 철회와 징계는 별개"라는 입장을 전하는 등 각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해석하는 '말'을 쏟아내기 바빴다.

파업 철회가 결정된 순간에도 공방은 여전했다. 코레일과 노조는 서로의 불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상대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거리두기로 일관한 정치권과 정부는 빠른 시간 안에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조정자 부재라는 불안감 속에 국민을 방치했다. 모두가 '원칙'을 내세웠지만 원칙을 말하는 목소리는 그 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욱 공허했다.

철도파업 사태에서 누가 이겼을까? 이번 사태에서 승자가 있긴 한 걸까? 줄줄이 예고된 소송과 징계 절차에서 혹 승패를 가리려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싸움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얼마나 크게 기세를 올리든 그것을 승리라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다만 모두가 이기는 길이 남아 있다. 이번 사태로부터 우리 사회가 진지한 교훈을 얻는다면 최장기 철도파업은 전혀 의미 없는 싸움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2013년에 패한 이 싸움에서 2014년에는 모두가 승리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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