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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담양 153식육식당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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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세종 ]

한우 암소·국내산 무항생제 돈육으로 빚은 품격 높은 떡갈비·불고기
담양 특산물 죽순·블루베리 소스로 차별화…농민 돕고 입맛도 돋궈
‘153데이’ 지정…매월 15일 매출의 30%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

<153식육식당 대치점 전경>

<153식육식당 대치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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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치고는 좀 낯설었다. ‘153식육식당’이라. 식육점을 겸한 식당이어서 식육식당이겠지만, 도대체 153은 뭐지? 인터넷을 뒤져봤다.
‘153’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믿음·사랑·나눔’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통한다. 크리스천이 아닌 나로서는 성경에 대한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153’은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뜻 깊은 숫자이다. 예수의 말씀을 따라 베드로가 배 오른쪽 바다에 그물을 던지자 그물이 찢길 만큼의 물고기 153마리가 잡혔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153’은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이며, 그리스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하나님을 우러르는 인간의 믿음과 나눔이라 해석해도 무방하겠다.
<이행철 일오삼식품(주) 대표>

<이행철 일오삼식품(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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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많은 사람에게 일용할 양식을 베푸는 곳이겠거니 생각하며 153식육식당에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큼지막한 황토 부뚜막이었다. 가마솥 3개가 걸려 있고, 곁에는 장작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 부뚜막 위 시렁에는 무청시래기가 노릇푸릇 익어가고 있었다. 식욕이 절로 돋아나는 첫인상이었다.

‘153식육식당’은 담양에 두 곳이다. ‘수북점’과 ‘대치점’이다. 수북면 농협 사거리에 자리한 ‘수북점’은 2012년 봄에 문을 열었고, 대전면사무소 곁에 있는 ‘대치점’은 그 해 가을에 오픈했다.

재료나 솜씨는 같으니 어느 쪽에 가도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두 식당 사이의 거리가 4㎞ 정도이니 한 쪽 식당이 붐빈다 싶으면 5분쯤 떨어진 다른 쪽 식당을 찾아도 좋을 듯싶다.

사실 광주나 담양·장성 일대 미식가들에게 153식육식당은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불고기든 떡갈비든, 갈비탕이든 비빔밥이든, 자연의 고기맛이 그리우면 이곳을 떠올리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타 지역에서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이 잘 나 있어 외지 손님들도 심심찮게 찾아든다고 한다.

이제 맛을 볼 차례다. 맛을 제대로 평가해볼 요량으로 손님들이 가장 즐겨 시킨다는 음식을 주문했다. 한 상에는 떡갈비가 차려졌고, 옆 식탁에는 불고기 판이 올려졌다. 특이한 것은 숭늉 사발이 먼저 나오는 것이었다. 겨울이면 추운 속을 먼저 달래라고 그렇게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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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덥혀지고 익을 동안 이행철(50) 대표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30년 가까이 발효음식, 전통음식, 가공음식 등을 두루 섭렵한 덕분인지 이 대표의 설명은 막힘없이 이어졌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넘치는 때문이리라.

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떡갈비부터 한 입 베어 물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럽다. 떡갈비 고유의(?) 인공조미료(MSG) 맛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대표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153식당의 떡갈비는 세 가지로 나뉜다. 소고기 95%에 죽순과 양념 5%가 가미된 ‘죽순 명품한우 떡갈비’(1인분 200g 1만6000원), 소고기 50%에 돼지고기 42%와 죽순·양념 8%를 넣은 ‘죽순 소 떡갈비’(1인분 200g 1만2000원), 돼지고기 95%로 만들어진 ‘죽순 돼지 떡갈비’(1인분 200g 8000원) 등이다.

<죽순 소 떡갈비>

<죽순 소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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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추천한 것은 소고기·돼지고기를 섞은 ‘죽순 소 떡갈비’였다. 돼지고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가장 고소하고 식감이 좋은 게 이 품목이란다.

이 대표에게 죽순을 왜 넣는 것인지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담양의 특산품인 죽순을 다져넣으면 고기의 느끼함이나 퍽퍽함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죽순이 지닌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함으로써 식감도 좋아지고 영양만점의 식품이 되는 겁니다.”

담양 농민들에게는 죽순을 팔게 해주고 식당 손님들에게는 맛과 영양을 안겨주니 1석2조라는 얘기다. 비결 아닌 비결이라면 어린 죽순을 사용함으로써 혹시라도 식감이 질기지 않게 하도록 죽순 선별에 신경을 쓰는 일이다.

이 식당만의 차별화는 또 있다. 이 대표가 연구소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블루베리 소스’이다.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떡갈비의 치명적 약점은 느끼함 또는 퍽퍽함이다.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블루베리 소스가 ‘딱’이다. 떡갈비에 찍어 먹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고, 침샘을 자극해 퍽퍽함도 줄여준다.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이다.

블루베리 소스 역시 일석이조의 효과를 안겨준다. 담양의 특산품인 블루베리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식당 손님들의 입맛을 돋궈주는 것이다. 흠이라면 블루베리 값이 좀 비싸다는 점 정도이다.

<죽순 한우 불고기>

<죽순 한우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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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죽순 한우 불고기’(1인분 7000원, 2인분 이상 주문)를 시식했다. 깔끔하다. 입맛이 까칠한 사람이라면 달달하고 짭쪼름하게 느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맛은 어머니, 할머니 덕분에 우리에게 정겹고 익숙한 맛이기도 하다. 게다가 부드러운 죽순의 속살이 섞여 식감을 살려준다.

이밖에도 소고기 비빔밥(6000원), 죽순 한우 사골 떡국(6000원), 죽순 한우 사골 갈비탕(8000원), 죽순 생고기 비빔밥(6000원), 죽순 고추장 쌈밥(7000원, 2인분 이상 주문) 등도 있다. 점심 때는 대부분의 메뉴를 1000원씩 싸게 받는다.

메뉴 가운데는 ‘153특선메뉴’라는 게 있다. 한우암소 생고기(550g 3만원, 300g 2만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죽순 한우 육회도 같은 가격이다.

식육식당인 만큼 식육코너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판매한다. 고기를 직접 골라 식당으로 옮겨 구워 먹을 수 있다. 채소와 양념 등 상차림 비용으로 1인당 3000원(아동 2000원)을 내면 된다. 고기와 함께 구울 버섯모듬은 한 접시에 3000원이다.

153식육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세 가지 이유에서 이곳을 단골로 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로는 이 식당만의 비결인 죽순과 블루베리 소스를 꼽는다.

두 번째 이유는 저렴한 고기값이다. 식육식당인 까닭에 원하는 부위를 마음껏 골라 먹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식당들에 비해 30% 가량 돈이 덜 든다. 식육식당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면제에다 임대료 부담이 적은 장소여서 그만큼 호주머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쓰는 식재료는 친환경 자연주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소고기는 철저히 한우 암소를 쓴다. 돼지고기는 국내산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녹돈만을 사용한다. 식품·식자재 가공·유통 전문업체인 일오삼식품㈜이 계열사인 까닭에 품질관리가 철저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식당은 ‘대중적 전문음식점’으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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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로 이곳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식당에는 ‘153day’라는 게 있다. 언뜻 식당 이름에서 딴 ‘153데이’로 여겨지겠지만 남다른 의미가 있다.

‘153데이’란 매월 15일에 발생하는 매출의 30%를 어린이 돕기에 후원한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153식육식당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약정을 맺었다. 손님들은 이곳을 찾아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값싸게 즐기는 동시에 어린이돕기에도 동참하는 것이다.

부탁드리건대 ‘153데이’를 기억하시라. 15일에 이 식당에서 내가 쓰는 돈의 30%가 어린이 돕기에 쓰인다는 사실을. 혹시 15일을 놓쳤다면 현금을 주면서 부탁해도 좋겠다. “오늘 먹고 가지만 매상은 15일 것으로 잡아달라”고.

이행철 대표에게 앞으로의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멋쩍은 웃음을 띠우며 “우리 지역 고유의 맛을 찾아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면서 “(성경 구절을 인용한) 식당 이름이 다소 부담이 되지만 매출이 많아져 그 이윤으로 어린이들과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도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 : 전세종 기자
사진 : 노해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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