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서경석·이광웅·이남준 교수팀이 2008년1월~2012년9월 국내 뇌사자 간 이식 사례 1301건의 혈액형을 조사한 결과, O형 기증자가 378명이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기간 수혜자는 229명이었다.
반면 AB형의 경우 실제 기증자와 수혜자의 비율이 1.63(기증자 133명, 수혜자 217명)이었다. AB형의 경우 다른 혈액형을 가진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을 수 있어서다. A형과 B형의 기증자 대비 수혜자 비율도 각각 1.04, 1.13으로 O형보다 모두 높았다.
이 같은 불평등은 국내 뇌사자 간 배분 시스템에 있다고 교수팀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A형 뇌사자(1, 2A 등급)의 간은 A형과 AB형 대기자 중 총점이 높은 순으로 배분되고, 해당 환자가 없는 경우 2B 등급의 A형, AB형 대기자에게 총점 순으로 돌아간다. B형 뇌사자 간은 B형·AB형에게, AB형 뇌사자 간은 AB형에게 같은 방식으로 배분된다.
반면 O형 뇌사자간의 간은 O형, A형, B형, AB형 등 4개 혈액형 대기자를 대상으로 총점을 따져봐야 한다. O형 혈액형은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혈액형에 이식과 수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형 뇌사자의 간이 다른 혈액형의 1·2A 등급, 2B 등급 대기자에게 배분될 확률이 각각 44.4%, 30.7%에 이른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이는 2B 등급에서 다른 혈액형에게 이식되는 A형 뇌사자의 간이 3.9%, B형 6.2%, AB형 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교수팀은 O형 뇌사자 간을 1, 2A 등급 대기자에게는 기존의 방식대로 배분하되, 2B 등급의 경우 O형 대기자에게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O형 뇌사자 간 이식 비율이 기존 0.61에서 0.70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웅 교수는 "뇌사 기증자의 간은 한정돼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혈액형에 따른 뇌사자 간 배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뇌사 기증자 간 배분 시스템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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