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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부이촌동 "강제수용식 개발 원치 않아"… 朴 시장 "밀실 논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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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이촌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현장청책 주민간담회'에서 이촌동 일대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29일 이촌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현장청책 주민간담회'에서 이촌동 일대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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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개발과 보상도 좋지만 이제 주민이 강제수용당해서 쫓겨나는 개발은 원치 않는다. 주민들이 주인이 돼서 모두가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주민 이복순씨)
"재생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그 뜻과 목적을 잘 모르겠다.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답해달라."(이촌동 거주 김모씨)

40년이 넘은 중산아파트는 곳곳에 시멘트가 덧칠돼 있어 본래의 외벽 색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7층 높이 아파트 1층에는 상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영업 중인 곳은 한 집 건너 한 집꼴이었다. 호프집을 운영 중이지만 장사가 안돼 가게 밖에서 옷을 펼쳐놓고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비운 곳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된 지 19일 만에 서부이촌동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후 2시부터 세 시간가량 주민들과 철도정비창, 중산아파트 등을 둘러보며 서부이촌동의 실태를 살폈다. 시설물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중산아파트에 30년째 거주했다는 한 노인은 "여기에서 일곱 식구가 살다가 지금은 다 시집장가를 보냈는데 새벽이면 이슬이 녹아내려서 말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강에 투신을 시도했었다는 한 할머니는 박 시장의 손을 붙잡고 "(비가 새서) 집이 다 뚫렸으니 우리집에 가보자"고 이끌었다.
지난 29일 이촌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현장청책 주민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서부이촌동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장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도시재생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 7명과 용산구 공무원 3명 등 총 10명이 이촌2동주민센터에 상주하며 주민들의 정책을 듣게 된다.

지난 29일 이촌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현장청책 주민간담회'에서 이촌동 일대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29일 이촌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현장청책 주민간담회'에서 이촌동 일대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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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서 주민들은 7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하소연과 함께 향후 개발사업 시 용적률 상향, 종상향을 요청했다. 김영호 이촌2동 주민자치회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우리주민들에게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통합개발로 묶어 서울시가 주민들 마음고생하게 만들었다"며 "상권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받은 대출 때문에 경매로 향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으니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50대 여성은 "찬성이든 반대든 모든 주민들이 원하는 건 용적률 상향과 상업지역으로의 용도 변경이며 기부채납 없이 상업지구로 바꿔달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시행사 선정과정에서 서울시의 책임을 지적했다. 대림아파트에 거주하는 송모씨는 "드림 허브는 초기 자본금 50억원으로 시작해서 2008년 3월 자본금을 1조원로 증액한 후 자본금을 유치하지 않았고 2009년에는 손실이 700억원까지 늘어났고 2010년에는 이자조차 못 냈다"며 "서울시는 돈 한 푼 없는 드림허브에 어떻게 시행사 자격을 준 건지 모르겠고 책임은 있지만 법적 기반이 없어 대책은 세워줄 수 없다고 했는데 여기 오실 때 대책을 세워서 오시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간 설전이 오가고 재선을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박 시장은 "(서울)시장 (다시) 하려고 여기 나온 것 아니고 다음에 안 해도 좋다. 이제 원점으로 되돌아왔으니 서로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가야 한다"며 "오늘 답을 다 못 드릴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연말에 다시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은 서울의 중심이며 2030플랜에 종로, 중구와 함께 도심에 포함시켜 용산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한 지역으로 중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개진도 이어졌다. 203번지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애로사항을 하루아침에 다 결론짓기는 어려울 테니 주민들이 언제나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게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드는 등 논의창구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30대 여성은 "서부이촌동은 경찰서도, 방범초소도 없어 위험하니 CCTV를 설치해서 밤에 돌아다녀도 무섭지 않은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홍준 중산아파트 총무는 "여의도지구는 용적률 800%를 적용해 70층 랜드마크 등 고밀개발을 추진하다 좌초된 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개발이 가능하게 해줬는데 서부이촌동은 재산권 침해라는 피해가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다양하고 입체적인 기부채납 방식을 적용해 상업시설 내 건축면적 일정부분을 공공시설로 제공해서 지역주민과 서울시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구체적인 답을 많이 내놓지 못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우리도 맞춤형으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분열을 잘 조정해 주민 대표를 만들어주시면 충분히 협의해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과 앞으로의 도시계획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개발 추진 후 취소된 용산역세권 주변지역 노후시설문제 등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코레일과도 충분히 협의해 적합한 정비사업을 통해 도시 활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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