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야권의 '부정선거 프레임'에 갇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정 안전성이 훼손되는 걸 바라만 볼 수도 없는 청와대의 딜레마.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출구'를 닫아놓고 대결에 임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게 없다"는 '선언'을 말한다.
박 대통령의 자신감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 즉 높은 지지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이슈의 파괴력도 완전히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출구를 열어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야권만의 주장이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드러나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자체 소멸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결국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건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시각에 변화가 없다는 것인데, 야권의 대통령 사과ㆍ대책 마련 요구에 응할 경우 '부정선거 프레임'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국정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심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은 청와대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댓글 몇 개로 야당이 거는 시비'라는 시각은 5만개가 넘는 트위터 글, 국방부ㆍ경찰ㆍ보훈처로 이어지는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대선개입 의혹, 현 정권의 검찰수사 외압 논란으로 이어지며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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