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정신적 상해를 인정해 강간치상죄를 판단할 때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에 판사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연세 법·심리과학 융합연구센터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원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강간치상죄의 정신적 상해 정량화 방안 연구’ 콜로키움에서 기준 마련을 위한 첫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콜로키움에는 법관과 법학·심리학·정신의학 교수 2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콜로키움은 강간치상죄로 인한 정신적 상해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관련 재판에 적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피해자의 주관적 호소 외에는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형법상 강간죄의 경우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강간으로 인한 상해가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원은 정신적 상해가 강간치상죄의 상해로 기소된 경우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범행 내용과 피해자의 연령, 피해 내용, 피해자의 신체 및 정신적 상태, 치료 경위와 치료 방법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있다.

이날 콜로키움에서 천대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형사29부)는 “육체적 상해는 치료 정도 등에 대한 계량화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데 반해 정신적 상해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 정도를 계량화해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기준이 마련된다면 법원의 판단에 도움이 돼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신적 상해 판단 기준을 피해자의 ‘뇌 기능 변화 분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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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정신적 상해는 뇌 기능에 변화를 불러온다”며 “fMRI( functional 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뇌 반응의 변화를 탐지하고 정상군과 대조해보는 등의 방법으로 심리상태를 진단,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fMRI 측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 기준을 정량화할 수 있는 과학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콜로키움의 논의를 시작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연구를 거친 뒤 오는 11월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회장 노태악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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