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수출 '제2의 박희권 대사'가 나서야 할때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페루는 블랙홀과 같은 나라다. 페루인들은 역사적으로 거쳐간 다양한 인종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민문화로 다시 만들어냈다.
페루의 45%는 인디오, 37%는 메스티소, 15%는 백인종이다. 아시아인들도 19세기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당시 중국인과 일본인은 철도건설과 사탕수수 농사를 페루에 정착시켰다. 중국 노동자들에게서 나온 페루의 국민음식도 있다. 페루를 지배한 스페인 음식과 융합시킨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다.
일본인 2세대 중에서는 후지모리 대통령이 유명하다. 1990년부터 10년간 아시아계 최초로 페루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한국인중에서는 1974년 페루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박만복 배구감독이 대표적이다. 현지에서는 영웅호칭까지 받는다.
타국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데에는 지리적인 요인도 크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대륙 태평양 연안국가로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 볼리비아 등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5개국과 복잡한 외교적인 관계 속에 스페인에 지배를 받았던 역사도 국민습관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페루인들의 흡수력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진행된다.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은 연평균 7%이상의 고도 경제성장을 만들어냈다. 2010년에는 8.8%, 2011년에는 5.5%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여기에 광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이 경제성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분야도 있다. 산업 기반이다. 지금까지 원자재 수출로만 국가경제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공장시설이 미비하다. 이 틈새시장을 읽어낸 계약이 지난해 한국산 기본훈련기인 KT-1 수출이다. 당시 한국은 페루 현지공장의 공동생산과 항공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이때문에 무기체계를 무상으로 지원만 받아오던 페루는 처음으로 국민세금으로 무기를 첫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KT-1 수출에 결정적인 카드를 제시한 사람도 있다. 박희권 주 페루대사다. 당시 페루에서 요구한 것은 정부보증이었다. 하지만 KT-1은 민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해 페루의 요구처럼 한국정부가 직접 보증에 나설 수 없었다.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박희권 주 페루대사를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정부 보증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박 대사는 비지니스 감각을 발휘해 정부보증방식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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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후 페루와 한국간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하는 국경일 만찬장에 대통령부부가 2년연속 참석하기도 했다. 페루 현지대사관 행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우말라 대통령은 만찬장에 참석한 정부요인들을 보며 "국무회의를 하는 것 같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KT-1수출을 계기로 잠수함정비사업, 전투함, 전자전체계, 통신체계 등 방산기업 각 분야에 수출이 논의될 정도로 방산교류가 활발하다.
앞으로 방산시장은 정부보증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내 내수만으로 유지하기 힘든 방산기업들도 방산수출을 위해 정부보증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는 방산수출을 위해 '제2의 박희권대사'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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