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소유자들 부채 갚는데 지출..달러당 소비창출 효과 3~5센트→1센트
블룸버그통신은 미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아미르 수피 교수를 인용해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전보다 크게 약해졌다고 6일(현지시간) 전했다. 수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달러 오를 때 창출되는 소비 여력은 현재 고작 1센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는 경기침체를 겪기 전 3~5센트 수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은행들이 위기 이후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한 탓에 또 다른 대출을 통해 대출금을 갚는 '돌려막기'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주택 소유자들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10년 마련된 금융개혁법안, 일명 도드-프랭크 법안은 모기지 남용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표 주택 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를 만든 칼 케이스와 로버트 실러 교수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는 주식 등 다른 금융자산에 비해 그 효과가 더 크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는 부유층에만 주로 집중된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이 더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다.
부의 효과가 약해진만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부양 조치를 취할 때에도 이전보다 더 강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크레디트스위스 그룹의 닐 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훨씬 더 강한 시장이 필요하다"며 "이는 곧 FRB가 좀 더 오랜 기간 부양 조치를 가져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FRB에 따르면 주택 소유자들의 자산(homeowner equity)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주택시장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던 2006년 13조5000억달러의 사상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금융위기로 2009년 1분기 6조2000억달러까지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 부분 회복한 것이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침체 이전 20년간 연 평균 3.2% 늘었던 미 소비지출은 금융위기 후 2.1%로 뚝 떨어졌다.
수피 교수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저신용자들은 주택을 이용해 돈을 빼 썼지만 이는 위기 때 주택을 차압당하는 요인이 됐다. 그 결과 2004년 69%를 웃돌았던 주택 소유 비율은 올해 1분기에 근 18년 만의 최저치인 65%로 하락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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