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연주는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학생들의 연주는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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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친구를 따돌리고, 대화보다 주먹이 먼저이고, 교양보다는 입시에 찌들어있는 우리나라 학교의 현 주소. 아이들의 숨통을 꽉 움켜쥐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직접 합주하는 공연이 있어 관심을 모았다.


지난 19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지고 곱게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슬픈 대금 독주를 시작으로 해금, 피리, 가야금의 선율이 뒤따라 붙었다. 초등학교 4~6학년들로 이뤄진 만선초등학교의 국악 관현악단의 합주는 그렇게 석양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국악 관현악단이 무대에서 사라지자 굳게 처져있던 무대막이 마침내 서서히 올랐다. 커튼 뒤로 숨어 있었던 '꿈의 오케스트라'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대강당을 가득채운 청중들은 '아!'하는 탄성을 쏟아냈다. 140명의 학생 단원들이 하얀 윗옷과 검은색 바지를 입고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무대는 꽉 찼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를 가득채운 모습은 청중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 지휘자가 등장하고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울림과 첼로의 은은함, 호른의 무거움과 플루트의 아름다움. 140여명이 연주는 조르쥬 비제의 '카르멘'으로 시작됐다. 경쾌하고 빠르게 시작된 카르멘은 콘트라베이스, 오보에 등 다른 악기의 합주가 시작되면서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감동시켰다.

이어 '미~솔~라'. 관현악단의 연주에 초등학생 중심으로 이뤄진 합창단원이 나와 'Mi-Sol-LA'를 손동작과 함께 부르면서 전 세계 아이들의 공통된 언어를 공유했다. 청중들의 감동은 무르익고 관현악단의 합주도 마지막 곡을 남겨둔 시점. 채은석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고 청중을 향해 섰다.


"이제 마지막곡입니다. 연주 어떠셨는지 궁긍합니다. 이제 우리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을 연주하고자 합니다. 처음 이 곡을 떠올렸을 때 '과연, 아이들이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지나친 걱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고 해보자는 선입견 없고 맑은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어른들의 걱정에 아랑곳없이 운명 교향곡을 아이들 스스로 연주하게 됐습니다."


이어진 운명 교향곡. 아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했다. 전국 19개 지역의 아이들이 뭉쳐 만든 '꿈의 오케스트라'. 사회적 취약계층 아이들도 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스스로 세상과 호흡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그 어느 유명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것보다 감미로웠다. 아이들의 거침없는 '합주와 하모니'는 청중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관객석에서는 '아!' '정말 잘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박수 소리 또한 크고 길게 이어졌다. 베토벤의 '운명'이 마지막 곡이었지만 감동받은 청중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세, 네 곡을 '앙코르~'로 연주한 뒤 마침내 '꿈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로 사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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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지켜본 정이봄 양(중3)은 "학생들이 어려운 곡을 너무 잘 연주한다"며 "음악을 통해 합주하는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건강하고 맑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사업의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3년 올해에는 다문화 가정과 장애아동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합주와 하모니'를 통해 서로 상처입고 힘든 아이들에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사업에 문화부의 예산이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140명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있어 행복했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감동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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