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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앞·뒤 뒤바뀐 금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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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흡연석'이 아니라 '흡연실'이다. 앞으로 식당, 카페, 커피숍, 술집에서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담배 피우는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부터 국민건강진흥법이 확대,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150㎡(45평) 이상의 식당 등은 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다. 흡연실을 설치하더라도 의자가 있으면 안 된다. 재떨이와 환기시설만 있어야 한다. 앉아서 피우는 '흡연석'이 아니라 서서 피우는 '흡연실'이기 때문이다.

법은 시행에 들어갔는데 유예기간이 꽤 길다. 2013년 6월30일까지이다. 관련법을 어겼을 때 당장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유예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관련법을 알리고 해당 업체들이 '흡연실'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관련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식당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고성도 오갔다. 45평 이상 술집에서는 "오늘부터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말하는데 손님들은 "무슨 말이냐? 그런 법이 어디있냐"며 실랑이가 벌어지고 '법'을 따지고 나섰다. 반면 45평 미만 술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작고 작은 선술집'이 성업을 이룰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당장 관련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업주들은 불만이고, 손님들은 혼란스럽고 곳곳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계도기간 동안 국민과 업체들을 설득하겠다"고 한다. 우선순위가 바뀐 게 아닐까. 설득하는 기간과 면밀한 정책 검토 과정이 있은 뒤에 법은 시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 이번 조치를 넘어서서 흡연자에 대한 '강공' 일색의 일련의 정책들이 과연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담배는 '가난한 자들의 세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2008년 기준)이 높은 강남구(453만6000원)의 경우 흡연율은 39.6%. 이에 비해 중구(281만2000원)는 47.0%의 흡연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45.0%로 OECD(경제개발기구) 평균 28.4%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는 '건강'이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거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런 보편적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한 잔의 소주와 한 개비의 담배로 고단한 하루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오래오래 장수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과정에 있다. '공공의 적'이 돼 버린 담배를 두고 대한민국의 문제해결 역량은 또 한 번 시험을 받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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