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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300만원 들여 지은 '석조전'.."고종의 마지막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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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중인 덕수궁 석조전 알현실 내부 모습.

복원 중인 덕수궁 석조전 알현실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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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당시 알현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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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고종황제의 집무실, 영친왕의 처소에 이어 일제의 탄압이 심해졌을 당시 '이왕가미술관'으로 전용되면서 대한제국 비운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건물. 사적 124호 석조전은 서울시 중구 정동 5-1번지 덕수궁 내 위치해 있다. 고종시대의 마지막 유물로 남아있는 건물이다.

이 석조전이 내년 말께 복원을 완료하고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상 3층짜리 층당 1630㎡ 면적의 이 석조건물은 현재 복원공사가 80% 가량 진행됐으며, 100년 전 고종과 영친왕이 사용했던 당시 모습을 최대한 살려내기에 한창이다.
3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석조전 현장은 아직 가구나 장식은 배치되지 않았지만, 건물 내부 벽체나 마루는 어느 정도 마감이 돼 있는 상태였다. 천장의 금빛 장식과 이탈리아 산 비앙코 대리석 등으로 벽체가 복원돼 있다. 2층은 주로 귀빈을 맞는 중앙홀과 알현실, 식당, 대기실들로 이뤄져 있으며, 계단을 올라 당도한 3층은 황제·황후의 침실과 거실, 응접실 등 사적인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성희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사무관은 "2층에 해당하는 고증자료들은 꽤 수집돼 원형대로 복원이 수월했지만 3층은 자료부족으로 당시 쓰였던 가구들을 유추해 복제해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황제와 황후의 침대는 고종이 외국인들을 알현하고 기거도 했던 서양식건물 돈덕전에서 사용하던 침대의 남아있는 일부 부분을 인용해 제작된다. 침대의 머리와 끝 부분 일부가 현재 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황후의 거실은 창덕궁 대조전을 본 따 복원 중이다. 앞으로 각 층마다 실내장식, 가구, 고전전등, 카펫, 커튼 등이 들어가고 외부도 보존처리세척을 진행할 예정이다.

1층의 경우, 원래 하인이나 시녀가 기거하던 공간으로 높이가 2m가 채 되지 않아 협소하다. 이는 앞으로 석조전 관련 유물 수장고, 안내실, 사무실 등 용도로 쓰이게 된다. 현재까지 고증된 부분은 전체의 60%다. 총 사업비는 130억원 수준으로, 현재까지 112억원이 투입됐다.
석조전은 원래 고종의 처소와 사무공간으로 건립했지만, 주로 고종의 아들 영친왕이 기거했으며 고종은 1919년 1월 승하할 때까지 집무실과 알현실로만 사용했다. 석조전이 있는 덕수궁은 1897년 고종이 아관파천 후 이곳으로 환궁하면서 새 궁전이 됐다. 이때부터 10년 동안이 고종의 공간이었다. 이 왕궁의 이전 명칭은 경운궁이었지만 고종이 1907년 순종에게 양위한 뒤 순종은 창덕궁으로 왕궁을 옮겼고, 그 후 고종의 장수를 비는 뜻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곳에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건물을 짓게 된 계기는 1904년 경운궁(덕수궁)에 큰 불이나 목조가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석조전 이전 고종은 외국인 사신을 접대하기 위해 돈덕전 등 몇 차례 석조건물을 짓기도 했다. 석조전은 고종황제 재정고문이자 한성의 도로정비, 파고다공원 조성에도 기여한 영국인 존 맥비리 브라운 경이 발의해 공사가 시작됐으며, 영국인 하딩(J.R Harding)이 1899년께 설계하고 일본의 오쿠라도보쿠구미라는 건설사가 외부 시공을 맡았다. 내부 시공사는 영국 크리스탈사와 메이플 사였다. 매일신보 1910년 11월 2일자 신문에는 당시 돈 300만원을 들여 석조전이 완성된 경위가 담겨 있다. 현재 시가 2500억원 가치다.

당시 건물양식의 공식명칭은 '영국식민식 궁전양식'으로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유행했던 고전주의적 양식을 재현한 것이다. 영국대영박물관과 동종동류다. 이름은 건물 외관이 석조라서 붙은 이름이다. 준공 후 이 건물은 명동성당, YMCA와 함께 서울의 3대 건축물로 이름을 날렸다.

석조전은 1922년부터 일반에 공개됐으며 이어 1933년 일제는 석조전 개조공사를 진행하면서 알현실 등 내부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고종의 흔적을 지우고 진열실로 바꿔 1938년 '근대일본미술진열관'이란 이름으로 변경한다. 주로 일본작품들이었는데, 이는 대한제국의 존재를 지우려는 의도된 행위였다. 더불어 석조전과 이웃해 직각방향으로 소위 '이왕가미술관'을 세웠다. 조선이 이 씨의 왕가쯤 된다는 말이다. 이는 석조전 서관이라고 불렸고, 현재 덕수궁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지금 복원되는 건물은 석조전 동관 건물이다.

석조전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내부가 크게 훼손됐다. 해방 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궁중유물전시관 등으로 사용되면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부터 대한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으로 ‘대한제국 역사관’(가칭) 복원공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복원공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석조전이 세워진 연유를 봐서도 대한제국관이나 고종 기념관으로 전용되는 것이 옳다"면서 "비운의 대한제국 그리고 황제 고종은 정동과 덕수궁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건축물의 보존 공사에 있어 제일 기준은 건물의 시간성에 그 진정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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