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국 재정위기 현황을 진단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관심을 끈다. 이들이 얼마나 빨리 부진을 털고 일어서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재정부는 "이 기준으로 본 미국은 5단계의 위기 상황 중 완만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7년말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시작된 위기가 최악의 단계를 벗어났다는 진단이다. 주요 지표들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2008년 10% 수준으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7%대로 떨어졌다.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상승 반전한지 오래다.
재정부는 다만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상당히 미약하다"면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절벽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위기는 "심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재정부는 "은행권의 부실과 지방 정부의 재정악화가 스페인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아킬레스건은 "취약한 정치 리더십과 막대한 국가채무"라고 설명했다.
세계 재정위기를 부른 피그스(PIIGS) 국가에 속했던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회복' 단계로 봤다. 재정부는 "아일랜드의 경우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지난해(0.7%)에 이어 올해도 0.6%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포르투갈은 고강도 긴축과 구조조정으로 재정적자 줄이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요사이 위기는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고 위기의 핵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위기 전파 속도가 빨라 연이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단기 대응책보다는 장기적·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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