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예능인이 1인자가 될 수 있는 최후의 장르
유재석의 은퇴는 <무한도전>의 종영을 상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다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은 개인의 노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 바깥에서 변화한다. Mnet <슈퍼스타 K>의 주인공은 생방송 MC 김성주가 아니라 유승우 같은 출연자다. 리얼리티 쇼는 전문 예능인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를 요구한다. tvN <SNL 코리아>처럼 매회 셀러브리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코미디 쇼도 생겼다. 유재석의 뛰어난 능력과 별개로, 그가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 생겼다. 또 다른 슈퍼맨, 강호동의 복귀는 이런 변화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강호동은 버라이어티 쇼 SBS <스타킹>과 독립편성되는 토크쇼 MBC <무릎 팍 도사>로 돌아오고, KBS의 새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과거라면 오락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영역을 책임진 셈이다. 하지만 지금 방송사는 <슈퍼스타 K>나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 같은 리얼리티 쇼에 집중한다. 꾸준한 시청률과 화제성은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리얼버라이어티 쇼가 가져간다. 강호동이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의 진짜 복귀는 하나 이상의 새 리얼버라이어티를 성공시킨 다음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의 끝이 예능 인생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는 유재석의 말은 막연한 예감만은 아니다. <무한도전>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 쇼는 전문 예능인이 1인자로 설 수 있는 최후의 장르일지도 모른다.
강호동, 유재석이 지금 중요한 이유
유재석과 강호동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이한 존재들이다. 유재석이 없었다면 ‘런닝맨’은 1년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고, 강호동이 있기에 <무릎 팍 도사>같은 새로운 콘셉트의 토크쇼가 탄생할 수 있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면 방송사는 여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용인하고, 꽤 오랫동안 저조한 시청률도 참아줄 수 있다. 새로움을 시도한 그들의 프로그램이 기다림 끝에 안정되는 순간, 두 사람의 영향력 역시 커졌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의 아이콘이 됐고, 강호동은 <무릎 팍 도사>를 통해 토크쇼의 역사를 바꾸었다. 두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당시 가장 주류의 프로그램에만 안착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성공은 그런 시도 뒤에 따른 결과물이다.
한 개인이 바꾸기엔, 예능은 이미 너무 많은 자본과 제작사의 입김이 중요해진 장르가 됐다. 이 시대에 두 사람이 과거처럼 절대적인 1인자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모험을, 그리고 PD의 도전을 밀어붙일 수 있다. 그래서 강호동의 복귀가 실감나는 것은 그가 자신의 힘으로 예능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때고, 유재석이 ‘역시 유재석’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은 MBC <놀러와>가 시도 중인 새로운 콘셉트의 코너들이 결국 성공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모든 도전들이 실패한 뒤, 두 사람이 은퇴에 대해 고민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오래오래 TV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사람은 동생들의 성장을 막는 게 아니라, 그들이 놀 세상을 지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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