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 쇼프로에서 매일같이 보이던 폭탄돌리기는 사라졌지만 2012년 대선정국을 앞둔 증시에 폭탄돌리기를 하는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폭탄이 내 앞에서만 터지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 다수의 게임 참가자가 있으니 확률적으로 나한테 터질 가능성도 낮아 보이는 게임이다 보니 의외로 폭탄돌리기에 적극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들어진 테마주의 실제 가치는 관심 밖이다. 연속 적자기업이라도 누구와 인연 있는 기업이라는 투자자들의 암묵적 합의면 십여배씩 급등하는데 실질적 가치를 따지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언뜻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한다.
써니전자 는 대표이사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세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임원이었다는 사실로 테마주로 편입됐다. 이 사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지난 4월초 써니전자는 600원대 후반이었다. 그러던게 지난달 27일에는 1만1500원까지 올랐다. 4개월 반만에 15배 이상 폭등했다. 당시 최고가 기준 시가총액은 22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매출 211억원에 순손실 39억원의 실적으론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시총이다. 더구나 써니전자는 자기자본도 20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곽영의 회장과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을 팔았다. 8~9월 고점에서 이들이 현금화한 주식은 10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안철수 테마주인 오픈베이스 도 최대주주와 임원들이 대거 주식을 매도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들의 매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써니전자와 오픈베이스는 다른 테마주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나한테는 안 터지겠지 하며 덥썩 고점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단기간 수십퍼센트(%)의 손실 폭탄을 떠안아야 했다.
대주주 일가의 폭탄 터뜨리기로 끝날 듯 하던 써니전자와 오픈베이스의 이상급등 행진이 10일 다시 재개됐다. 안철수 테마주가 동반 급등하면서 써니전자가 상한가, 오픈베이스가 8.93%나 올랐다. 폭탄돌리기는 다시 시작됐다. 끝이 어떻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수많은 개미들이 게임에 동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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