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만 올 들어 자살충동 전화 709건 … 타인에 대한 적개심까지 노출
# "한달 동안 말 한마디도 못하고 한사람도 못만났어요." 80대 여성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여성은 13층이고 지금 뛰어내릴 거라고 말한다. 그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이었다.
박현규 서울생명의전화 상담실장은 "예전에 비해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자살과 연결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가족간의 우발적인 다툼이나 사회적인 실패, 외로움 등을 이유로 자살 얘기를 꺼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박 실장은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약해지고 서로간의 신뢰관계가 튼튼하지 못해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살충동 전화만큼 타살충동을 느낀다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불을 지른다'거나 '연쇄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하는 경우다. 8년 경력의 하점순 상담원은 "이런 내담자(상담 의뢰자)에게도 자신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상담을 해야 한다"며 "그 사람의 울분과 응어리진 마음을 표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70~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과 이후 불어닥친 외환위기(IMF), 글로벌 경제위기 거치면서 경제적인 가치만 중시하게 되고 개인이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낄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서 적개심을 행동화해 자살을 감행하거나 타살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4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0년 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자살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2.3배나 된다.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한국의 자살률은 28.1명으로 회원국 중 1위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11.3명보다는 무려 148% 높다.
매년 9월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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