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OECD 최고···부채규모도 커 경제뇌관 우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공기업의 순자산가치는 1777억 달러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었다. 순자산가치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각국 공기업의 현재 가치와 규모를 추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공기업의 순자산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인 곳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1577억 달러), 노르웨이(1310억 달러), 이탈리아(1054억 달러) 등 4개국뿐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 서찬용 연구위원은 "한국의 공공기관 규모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큰 수준"이라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로 인해 많은 기업이 민영화 됐음에도 여전히 한국 경제는 공적 영역 의존도가 높다"고 진단했다.
국가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기업 순자산 비율에서도 한국은 16.8%로 분석 대상국 평균치의 1.7배에 달했다. 높은 수준의 복지 제도를 가진 스웨덴(14.3%)보다 높았고 독일과 일본은 각각 1.2%, 0.6%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공공기관 자산의 71%를 차지하는 주요 21개 공기업들이 국가정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차입금을 크게 늘린 영향에 따른 것이다.
공기업 부채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평균 약 35.2%다. 나이스 신용평가사는 미국ㆍ프랑스ㆍ영국ㆍ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일본만 한국보다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부채가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부채를 정부에 떠넘기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위원은 "공공부채 상승은 유동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안정적으로 부채비율을 줄여나가는 노력과 동시에 공공 분야에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박정수 교수도 "부채 발생의 귀책사유를 명확하게 밝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공기업은 정부와는 별도의 회계주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경인 아라뱃길 공사, 국외자원 개발 등 최근 대규모 국책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련 기관의 부채가 공기업 전체 부채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ㆍ한국전력공사ㆍ한국도로공사ㆍ한국가스공사 등 4개 기관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공기업 전체 부채의 80%이상을 차지했다.
연세대 엄태호 교수는 "공기업은 국회 통제를 받는 정부와 달리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도 벌일 수 있는 사업이 많다"며 "공공기관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거치는 예비타당성 조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김대식 교수는 "정부가 전기ㆍ가스ㆍ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부채 증가를 부추겼다"며 "요금 결정에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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