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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강남스타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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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요계 최대 유행곡은 '강남스타일'이다. 리듬이 경쾌하고 가수의 쇼맨십도 뛰어나 유튜브에 뜬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5000만건을 넘었다. 뉴욕타임스, CNN등 언론에서도 화제이고 수많은 패러디도 등장했다. 처음엔 단순 재미로 관심을 갖던 외국인들이 중독성 있게 반복되는 가사가 궁금했는지 무슨 의미냐고 묻자 강남은 한국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자동네라는 친절한 설명이 댓글로 달린다.

그렇다. 부자동네의 대명사 강남은 집값 비싸고, 지방 도시에는 하나도 있을까 말까 한 대형 백화점이 몰려 있고, 고액 과외를 비롯한 온갖 돈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실제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보면 여기보다 높은 곳도 있겠지만 '강남'이 가지는 상징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TV에서 방영 중인 '청담동(강남의 중심지) 살아요'라는 제목의 드라마는 그 제목만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필자는 이런 강남에 30여년 거주한 토박이다. 필자 기억에 이곳이 예전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4대문 안에서는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어 뒤늦게 주목 받기 시작한 신시가지 강남. 허허벌판에 여전히 농사짓는 사람이 많았고 강북에서 살다가 집값이 싸서(!) 옮겨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이곳. 그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강남의 변화는 격세지감을 절로 느끼게 한다.

과거야 어떻든 지금의 강남은 부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은 나름의 '강남스타일'에 익숙해있다. 스타일이란 먹고, 입고, 듣는 환경에 따른 일종의 문화를 일컫는다. 그런 면에서 강남 아이들 문화는 좀 다르다. 먹고, 입고, 듣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동네 은행이 그렇다. 광화문이나 여의도처럼 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의 은행 지점 간판은 대부분 '기업금융센터'라고 써 있다. 그렇다면 강남은? '유학이주센터'다. 강남 백화점은 8월 세일 주제도 다르다. '유학 가는 자녀를 위한 특별상품전'. 9월에 시작하는 외국 학제에 맞춘 이벤트다.

심지어 강남 지역 유명 점쟁이의 주요 분야(?)는 유학 간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를 맞춰 주는 것이란다. 환경이 이러니 강남 아이들에게 조기 유학은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밤낮없이 불야성인 강남 학원가도 여름방학 때는 쉬는 곳이 많다. 조기 유학을 안 가면 외국 캠프나 단기 과정에라도 등록해 출국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치원생들이 자동차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하니 외제차 일색이고, '이모님'이라는 호칭은 가사도우미를 일컬을 때 더 익숙하다. 오죽하면 강남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의 커버스토리 주제가 '집값 내린다는데, 내 용돈 괜찮나?'란다!
얼마 전 지역별로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의 아이들은 선생님, 헤어디자이너, 사회복지사 등이 꿈이다. 이와는 달리 부자 동네 아이들은 변호사, 회계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꿈꾼다. 강북과 강남 두 곳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지인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직업 탐방기 숙제를 냈더니 강북 학교에서는 슈퍼마켓 주인, 경찰관, 버스 기사 등을 관찰한 결과가 많았다. 강남 학교에서는 변호사, 의사, 기업 임원이 주요 탐방 대상이었다. 부모 소득의 격차가 아이 경험의 격차를 낳고, 경험의 격차가 꿈의 격차를 낳은 것이다. 소득 수준, 정치사상, 세대차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가 거세지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 꿈까지 양극화되는 현실은 서글프다.

강남에는 왕릉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서관도 있고, 100년 묵은 소나무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강남스타일이란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뜻하는 것이면 좋겠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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