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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권말 '억지춘향' 공기업 사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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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두 달 전의 일이다. 6월11일 취임한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불과 일주일 만에 지식경제부 기자단을 찾아 왔다. 업무 파악도 중요하지만 한수원 신임 사장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고개를 숙이며 거듭 사과를 하는 통에 더 당황한 것은 기자들이었다.

김 사장은 언뜻 속내도 드러냈다. 사실은 본인이 한수원 사장이 될 것이라곤 예상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12년 6개월 만에 '정부밥'을 먹게 됐는데 사실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공모 마감일 오전까지도 지원서를 쓰지 않았었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1999년 말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접었다. 그러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및 은폐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2차까지 공모를 진행하는 진통 끝에 낙점됐다. 당시 일각에선 "퇴직 관료지만 누군가가 그를 뒤늦게 찍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 사장에 앞서 산자부 출신으로 에너지 공기업 사장에 '컴백'한 사람은 또 있다. 한국중부발전이 2007년 산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을 거쳤던 최평락 전 전자부품연구원장을 사장에 앉혔다. 후임을 찾는 동안 중부발전이 거친 CEO 공백기는 3개월여였다.

대표 에너지 공기업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도 최근에서야 새 수장을 맞았다. 특히 두 기업은 해외 자원 개발 실적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터라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렸었다. 결국 석유공사는 내부 승진, 광물자원공사는 '낙하산' 인사로 마무리됐다.
일련의 상황을 두고 정권 말 인사 난맥상의 전형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정부 고위 관료는 "솔직히 (하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현 시점에 공기업 사장 자리가 나더라도 '파리목숨'인 것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 사람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 차기 정부에서 더 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까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해외 자원 개발의 선봉에 선 에너지 공기업에서는 전문적 식견에 '산경험'을 갖춘 수장을 필요로 한다. 지역난방공사와 가스공사, 동서발전, 남동발전 등 9~10월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공기업에는 기대를 걸어본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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