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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⑤]폴란드, 유로사태 최대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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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실리 '두바퀴 경제'···위기는 없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침체 없는 성장을 거듭 중인 폴란드 경제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동유럽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탄탄한 내수는 폴란드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수출이 폴란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가 흔들려도 웬만큼 버틸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 요건이 폴란드 경제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역사적으로 씻지 못할 구원(舊怨)이 있는 독일과도 교역 확대에 나서는 철저한 실리주의가 오늘날 폴란드 경제의 튼튼함을 만들어낸 또 다른 배경이다. 글로벌 경제가 휘청대는 가운데서도 성장을 구가 중인 폴란드 국민은 지금 자신들이 동유럽의 역할 모델이라는, 폴란드가 무시할 수 없는 국가로 성장 중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다.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됐다. 당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나치에 의해 80% 이상 파괴되고 시민의 66% 이상이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 독일은 폴란드의 최대 교역국이다. 폴란드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과 활발히 교역하며 '바르샤바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폴란드인의 74%가 독일과 '재결합'해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3분의 2는 유럽에서 독일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폴란드인 가운데 80%는 EU 가입으로 폴란드가 이익을 얻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폴란드인들이 2차대전의 아픔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2차대전 발발지인 폴란드 북부 도시 그단스크에는 오는 2014년 여름 개장을 목표로 2차대전 박물관이 지어지고 있다. 그단스크는 2016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되는 게 목표다.
실리적인 열린 사고 덕에 바르샤바와 독일 수도 베를린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 추진도 가능했다. 폴란드는 내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박람회 '세빗'의 파트너 국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스모폴리탄'으로 자처하는 폴란드 젊은이들의 생각도 유연하다. 이들이 독일에 적개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외부인의 편견일 뿐이다.

이들이 청소 같은 궂은 일을 찾아 국경 밖으로 나서는 경우는 없다. 폴란드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다. 이듬해 독일ㆍ이탈리아ㆍ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 정도 줄었지만 폴란드 GDP는 1.7% 늘었다. 당시 유럽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가 폴란드다. 폴란드 GDP가 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08년 4ㆍ4분기뿐이다.

2008~2011년 EU의 GDP는 0.5% 줄었다. 하지만 폴란드는 15.8% 증가했다. EU 집행위원회(EC)가 회원국 가운데 올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지목한 나라도 폴란드다. 예상 성장률은 2.7%다.

폴란드 최고 부자 얀 쿨치크는 "유럽인들이 점차 게을러져 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 두고 있다"며 "폴란드인들의 태도가 더 낫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과거 폴란드 경제에 따라붙었던 지저분한 단어들을 바꿔야 한다"며 "폴란드 경제가 그만큼 질적으로 인정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폴란드 최고 부자로 선정한 쿨치크는 사모투자업체 쿨치크 홀딩스의 소유주다. 그가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 상당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대(對) 독일 교역에 일찌감치 눈 뜬 덕이다. 쿨치크는 30대였던 1980년대 아버지에게 투자 받아 옛 서독으로부터 농업 장비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사상 처음 트랜스젠더 의원이 당선된 것은 폴란드인들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민의 90%가 가톨릭 신자로 보수적 인상이 강한 폴란드에서 안나 그로즈카가 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로즈카는 2010년 성전환 수술 후 여성으로 바뀌었다.

그가 속한 '팔리콧운동당'은 동성애자ㆍ여권운동가ㆍ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사회계층과 함께 한다. 1980년대만 해도 사회주의 정권으로부터 압제를 받은 폴란드가 지난 20여년 사이 눈부시게 변한 것이다. 팔리콧운동당은 정치적 투명성과 인터넷 자유를 추구하며 은행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그로즈카는 "폴란드가 변화의 시기로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며 "지금 폴란드에서 불가능한 것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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