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4년 전의 환희는 재현되지 않았다. 162kg의 바벨이 문제가 아니었다. 부상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입은 또 다른 부상. 영광의 상처였다. 세계 최고의 의지를 보여줬다. 사재혁은 올림픽에 존재하지 않는 다이아몬드리스트였다.
사재혁은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77kg급에서 중도 기권했다. 인상 2차 시기에 162kg을 시도하던 중 오른 팔꿈치가 꺾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3분여 동안 일어서지 못한 그는 코치진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무대를 빠져나갔다. 의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바로 응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역도 관계자는 “팔이 골절된 것 같진 않다”면서도 “부상이 꽤 심각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불가능은 기적으로 바뀌는 듯했다. 사재혁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58kg을 가뿐히 들어 올리며 일찌감치 3위를 확정지었다. 그는 금메달을 노렸다. 만신창이의 몸이었지만 과감하게 4kg을 올렸다. 류샤오쥔, 류하오지(이상 중국)의 기세가 거세 인상에서 기록차를 줄이고 주 종목인 용상에서 따라붙겠다는 전략이었다.
다시 나선 무대에서 바벨이 지면에서 떠오르며 사재혁은 무게를 이겨내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몸의 균형은 흐트러졌다. 역기를 잡은 두 팔마저 크게 떨렸다. 놓아야 했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때 바벨을 내려놓는 건 인간의 본능이자 역도의 기본 지침. 하지만 그는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다. 금메달을 향한 억세고 질긴 의지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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