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죽이기 바로보자] '삼성 레전드' 쓴 건 오너였다
전문가들 "한국만의 장점 왜 버리나"
장기적 안목에서의 과감한 결단이 기업의 지속성장 좌우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오너(owner)경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생로병사에 있어 오너(owner)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오너의 신속한 판단은 거시적 미시적 경제 파고를 헤쳐 나가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오너의 선제적 투자는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의 토대를 제공한다.
하지만 오너의 잘못된 선택과 부의 집중 등에 따른 오너 경영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최근 불어닥친 경제 민주화 바람 등 사회적인 문제 의식과 제제 속에 오너 경영이 성숙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오너 경영의 영속성에 대해 주목했다. 특히 그는 오너 경영의 장점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단점에 대해 지적했다.
백 연구위원은 ""전문경영인의 경우 매년 평가를 통해 임기가 결정된다"며 "실적에 따라 임기가 결정되기에 큰 안목에서의 투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단기적인 성과 확보에는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매년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다만 큰 안목에서 중장기적인 투자는 어렵다. 눈앞의 이익만을 쫓게 돼 결국 기업의 영속성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실제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9.11테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춤했던 2003년초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하늘 위 호텔' A380 여객기를 발주했다. 대당 4000여억원이 들어가는 여객기를 10대나 발주했다. 8년뒤인 지난해 6월 그는 발주한 A380을 받았다. 그동안 항공 여객시장은 테러의 위협에서 안정돼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력이 아시아내 중소항공사를 세계적인 항공사로 거듭나게 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 회장은 "세계 학계가 한국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는데 성공 요인의 핵심으로 오너십에 의한 안정적 매니지먼트를 꼽고 있다"며 "단기적 안목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실행하는데 있어 오너 경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한 전경련 실장도 백 연구위원과 뜻을 같이 한다. 그는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조사·분석과 오너의 결단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요약되는 대한민국 경제사에 있어 기업들은 주인공이었고 오너는 기업들의 두뇌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고도 과감한 결단력이 기업의 성장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복귀 후 삼성의 성장세는 전 본부장의 설명을 대변한다. 이 회장은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가 2년전 복귀했다. 그는 당시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화두는 '위기'였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는 직접 회사에 출근하면서 삼성그룹을 진두지위하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23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에 투자할 것을 밝히고 현재 목표를 향해 가열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 2의 삼성이 새롭게 전열을 구축하고 전진하는 동안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일본의 소니社는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세계 휴대전화 제조 1위 기업인 노키아도 구조조정으로 여념이 없는 상황이 됐다.
전 본부장은 "아직 오너 경영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남아있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관심과 제재 등을 통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나 일본의 100년 넘은 장인기업들은 모두 오너경영을 하고 있어도 사회적인 지지를 받는 만큼 우리나라도 오너 경영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범열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스티브 잡스는 CEO였지만 오너에 가까운 경영행보를 보였다"며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 모두 기본적으로는 해당 기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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