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자금난 맞은 인천 중소기업
A 사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정부출연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이었다. 총 2억5000만원에서 차곡차곡 1억6500만원을 갚아 오던 지난해 가을 문제가 터졌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면서 석 달 마다 돌아오는 대출금 상환기일을 못 지킨 것이다. 상환기한 연장은 단 두 번 뿐이었다.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부동산 경기마저 바닥이라 매매가 안됐다. A사장은 결국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가까스로 남은 빚은 모두 갚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A사장은 "은행대출 길이 다 막혔으니 회사를 더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천 중구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B모(39) 사장 역시 자금 융통이 안돼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망가진 장비를 교체하는데 필요한 6천 만원을 빌릴 곳이 없다. 장비를 바꾸지 못하면 들어와 있는 주문을 처리하는데 당장 차질이 생긴다.
이 같은 인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통계치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인천의 243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2/4분기 자금조달사정 BSI 지수를 보면 지난해 2/4분기부터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이하이면 자금조달사정이 좋아졌다는 업체보다 나빠졌다는 쪽이 많다는 뜻이다. 1년 사이에 이 지수가 92에서 74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1/4분기에서 2/4분기 사이,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감소가 자금난을 악화시켰다는 응답의 비율이 6.8%에서 15.6%로 두 배 이상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인천 기업들은 오는 3분기에 대한 전망 BSI 도 78로 낮게 응답했다. 이 지수가 70 대로 떨어진 건 최근 2년 사이에 처음이다. 김영무 인천 유망중소기업협의회장은 "정부나 지자체나 중소기업의 숨통을 트겠다는 정책들을 펴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라며 "경기는 살아날 줄 모르고 돈 줄은 뚫릴 기미가 없으니 기업하는 사람들에겐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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