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27일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오보텍 한국지사인 오보텍코리아 김모 차장(36)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오보텍코리아 직원 3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양벌규정을 적용해 오보텍코리아도 불구속기소했다.
오보텍은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의 완성도를 검사하는 광학ㆍ전기장비 제조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77%)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기업이다. 오보텍은 기술유출 정황을 포착한 국가정보원의 제보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세계 1위 기업의 고압적 자세로 일관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오보텍이 변호인을 통해 '오보텍이 철수하면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산업도 타격을 입을텐데 계속 수사할 생각이냐'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드러난 오보텍의 실체는 더욱 황당했다. 오보텍 한국지사가 제작한 20페이지 안팎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엔 아몰레드 기술현황과 납품현황에 이어 개별적으로 빼돌린 회로도들을 하나로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실물 회로도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물회로도는 기술이 집약돼 입수 시 경쟁업체들의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줄여줄 수 있는 핵심 기술자료로 꼽힌다. 오보텍은 이처럼 수집된 자료들을 본사에 전달할 목적으로 삼성ㆍLG 등 주요 고객사의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법인 DAP도 홍콩에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오보텍은 그러나 불거진 물증에도 불구하고 "BOE가 아닌 BOE담당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이라고 주장하다 다시 "자료를 보낸 건 맞지만, 민감한 자료를 유출해 징계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검찰이 사법처리한 직원들 역시 기술을 빼돌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연구ㆍ개발 목적에서 확보한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오보텍은 이번 사건이 본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이스라엘 본사 및 임원진이 기술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내사에 착수했다.
한편 국내 대기업의 구멍 뚫린 기술보안도 지적받고 있다. LG의 경우 검찰이 오보텍 한국지사를 압수수색하며 피해사실을 확인해 통보하기 전까진 기술 유출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보텍 직원들이 검사장비 유지ㆍ보수 명목으로 생산현장을 드나들며 USB에 핵심기술을 담아 신발ㆍ벨트에 숨겨나가는 동안 삼성ㆍLG 모두 눈뜬 장님 신세였던 것도 마찬가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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