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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9만원" 헬스장 광고에 혹 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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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트레이너 인기에 편승해 PT 프로그램 우후죽순
헬스장 이용료 저렴한 대신 PT 강습료는 더 비싸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구채은 기자] 직장인 왕모(32, 남, 서울 서교동)씨는 지난달 회사 근처 피트니스클럽에 들려 3개월 회원권을 신청했다. 석달 이용료는 9만원. 한달에 3만원 꼴이니 싸다는 생각에 덜컥 가입했는데, 첫날부터 헬스트레이너가 개인레슨을 권하는 통에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1회 1시간 짜리 개인 레슨비는 무려 5만원. "좀 더 생각해 보고 받겠다"는 왕씨에게 트레이너는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살이 안빠진다", "운동 방법이 틀렸다"며 참견하더니 급기야 마주칠 때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왕씨는 "헬스장 가기가 너무 불편해 남은 회원권도 포기했다"며 씁쓸해 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주부 김모(44)씨는 동네 헬스장에서 당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 키 160㎝, 몸무게 53㎏으로 '아줌마'치고는 딱 보기 좋은 체형이라고 생각했던 김씨에게 남자 헬스트레이너가 체지방 측정을 권하더니 "아직 살을 더 빼야 한다"며 개인레슨을 추천하고 시시때때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까지도 참을 수 있었다. "비용이 부담되기도 하고, 아직은 혼자 운동해도 충분하다"며 손사래 치는데도 트레이너가 "PT로 좀 더 몸을 만들어야 남편에게도 사랑받는다"는 말까지 하자 김씨는 마치 성희롱이라도 당한 듯 불쾌함을 느꼈다.

'운동해야지'라고 마음먹은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들려봤을 헬스장. 대표적인 서민 운동으로 여겨졌던 '동네 헬스장'마저 고가의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 프로그램을 권유해 눈총을 사고 있다.

'PT'는 개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 운동 목표 등을 고려해 운동 방법과 운동 시간 등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TV나 잡지 등을 통해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PT를 받는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 '간고등어코치' 최성조, '다이어트킹' 숀리 등 인기 헬스트레이너들의 유명세와 더불어 관련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PT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화·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최근 서울시내 주요 헬스장의 PT 가격은 1회 1시간을 기준으로 평균 4만~7만원 선. 인기 강사들의 PT 프로그램은 12만원대에 이르고 대개 3개월이나 6개월 단위, 또는 10회 기준으로 등록을 받다보니 이용자들로서는 한꺼번에 목돈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물론 각 PT 프로그램마다 헬스트레이너가 관여하는 범위는 차이가 있다. 서울 대흥동의 한 헬스클럽의 PT 관리비용은 1회 평균 4만원이지만 트레이너가 관리해 주는 것은 식단 제안과 신체 부위별 운동방법,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는 방법 등이다.

서울 강남의 한 휘트니스클럽에서는 1회에 10만원 짜리 PT를 받을 경우 맞춤형 식단 관리과 운동 뿐 아니라 체력교정, 마사지관리 등이 추가된다. 하루에 밥은 얼마만큼, 과일은 몇 조각을 먹었는지까지 꼼꼼히 따지고 매주 단위로 체지방을 측정해 그래프를 그려 보여주기도 한다. 회원이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다독이고 격려하고 친분을 쌓아가는 것도 트레이너의 역할이다.

문제는 일부 헬스장들이 이같은 고가 PT 프로그램을 앞세워 회원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

대학생 이모(20, 남, 자양동)씨는 "학생 신분이다 보니 이용료가 저렴한 헬스장을 찾아 등록했는데 기본적인 기구 이용법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트레이너가 '요즘엔 다들 PT 받는다', '친구와 함께 등록하면 할인해 주겠다' 등 PT를 강요하는 바람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 헬스장의 PT 가격은 1회 5만5000원 꼴이었다.

직장인 김모(29, 여)씨는 "강남에서 고가(3개월 230만원)의 PT를 받는 동안 매일 운동을 얼마나 했고,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의무적으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야 했다"며 "알고 보니 이 기록을 버젓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헬스장을 홍보하는 사례가 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헬스트레이너(남, 34)는 "일부 유명 피트니스클럽을 제외하고는 업계 전반이 경쟁이 심하고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그러다 보니 운영자 입장에서는 헬스장 이용료를 낮추는 대신 비싼 PT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야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트레이너는 "하지만 회원들 역시 운동이나 건강관리보다는 다이어트나 몸매만들기가 목적이다 보니 '누가 얼마만큼 살을 뺐다더라', '단기간에 이만큼 효과봤다더라' 식의 소문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자신에게 잘 맞는 트레이너를 찾아 체계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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