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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 좀"..선거 앞둔 한전의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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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악순환 풀어줘야
정부 "이해는 하지만 인상 안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매년 겨울철 기름으로 난방을 했던 과천시 소재 한 식당. 이 식당은 지난 겨울 치솟는 기름 값을 견디다 못해 미뤄왔던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전기 난방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빚을 내고 식당 문을 닫아가면서까지 바닥 전체를 뜯어내는 대규모 공사를 한 이유는 하나다. 기름보다 전기 요금이 저렴해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 요금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두 차례 걸쳐 인상됐지만 '요금 현실화'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렴한 전기 요금으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력난 우려를 키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인 이슈가 맞물리면서 전기 요금 인상안을 둘러싼 물밑 눈치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는 적자로 인한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경영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전력 대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연간 9000억원에 이른다"며 "전기 난방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유류, 가스 등의 수입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전력 사용량이 과도하게 많은 것은 해외 각국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 구조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각국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kWh(원화 기준)당 요금 단가는 한국이 86.80원으로 가장 낮고 일본(222.14원) 미국(112.87원) 프랑스(129.20원) 영국(172.61원)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보다 일본은 2.6배, 미국 1.3배, 프랑스 1.5배, 영국 2.0배 가량 높은 것이다.

지난해 전기 요금은 두 번에 걸쳐 총 9.6% 올랐다. 이례적인 '릴레이 인상'이 단행된 것은 전기 소비를 줄여 정전 사태를 예방하고 한전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서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도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정부 규제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는 데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인상 억제 요인이 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요지부동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두 번이나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았느냐"며 "현재로선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총선과 대선 등 불확실한 정치적 요소가 정부 입장에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의 재무 구조 악화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비용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시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자원 개발 등 해외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 낮은 전기 요금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부채는 2008년 46조9000억원에서 2009년 51조8000억원, 2010년 72조2000억원, 지난해 9월 79조1000억원으로 치솟았다.

한전의 이 같은 재무 구조는 국제 입찰 사업에서 제약이 되고 있다. 사전적격심사(PQ)를 통해 입찰자의 재무 능력, 기술력 등을 심사해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데, 한전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석탄화력발전소와 이집트 다이루트 복합화력발전소 입찰에 참여했다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두 곳 모두 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차입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금융 조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주 경쟁력 약화를 가져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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