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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나타난 무법자가 구청을 초토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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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청 공무원들 '악성 민원인'에 고통 호소...이례적으로 '법적 대응'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4년 전 나타난 한 무법자가 우리 구청 공무원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 보다 보다 이런 악성 민원인은 처음 본다. 몇몇 직원들은 시달리다 신경 쇠약까지 걸릴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나섰겠냐?"

지난 23일 인천시 남구청 소속 한 공무원의 호소다. 2008년부터 남구청에 한 민원인이 나타나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이제 더 참지 않고 민ㆍ형사상 소송 등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원이 주 업무인 일선 구청에는 이같은 '악성' 민원인들이 가끔 나타난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숙명'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긴다. 법적 대응은 극히 드물다. 남구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6일 남구청 주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민원인은 2008년 재개발 지역 정보 공개 요청을 했다가 남구청으로부터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된다'며 거절당한 이후 매일 구청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보복성 민원을 제기해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는 구청 휴게실에서 상주하면서 각 부서를 돌아다니면서 '폭탄 민원'을 제기한다. 최근까지 약 700여 건의 각종 민원 및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잠시 안 나타났던 1년 여 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건의 민원ㆍ정보 공개를 청구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수천쪽 짜리 정보 공개를 청구해 놓고서도 정작 담당 공무원이 다른 일을 미루고 자료를 마련해 놓으면 수수료도 내지 않고 찾아가지 않았다. 민원 내용도 본인과 직접 관계가 없거나 '트집잡기'성이 다분했다.
그는 또 업무용 전화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가 하면 구청 공무원들에게 직원용 커피와 차를 요구해 얻어 마셨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나는 민원인이니 권리가 있다. 깎듯이 응대하라"고 말하는 등 공무원들을 마치 자기 집 시종 부리듯 했다.

최근엔 부서 신설로 자신이 상주하던 휴게실이 없어지자 "왜 민원인용 휴게실을 없애냐"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2~3시간씩 말도 안 되는 민원으로 공무원을 괴롭혀 하루 업무를 망치는 일도 잦다.

특히 이 민원인은 40대의 박사·대학 시간 강사 등 뛰어난 지적 능력의 소유자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무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면서 자존심을 건드리고 사소한 잘못을 침소봉대하는 등 괴롭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민원인 때문에 남구청 공무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신경 쇠약에 까지 걸렸다.

한 남구청 공무원은 "그 사람을 상대하고 나면 기진맥진해 아무 일도 못하게 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뒷 모습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우리도 공무원이기 앞서 행복할 권리를 갖는 국민이다. 민ㆍ형사상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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