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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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인간은 기억(記憶)의 동물이다. 인간은 과거 경험한 최고의 짜릿한 순간들을 뇌의 중심에 놓은 채 이것이 언젠가 다시 일어날 것을 희망하며 살아간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워버리고 싶은 인생 최악의 실수와 악행의 기억을 통해 인간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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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 The Vow'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던 남편에 대한 기억만을 잃은 아내에 관한 작은 뉴스 기사에서 힌트를 얻은 영화다. 비극으로 시작해 가망 없어 보이던 벽을 넘어 사랑을 되찾게 되는 실제 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할리우드가 그냥 놔둘 리 없다. 영화는 열렬히 사랑하는 부부 레오(채닝 테이텀 분)와 페이지(레이첼 맥아담스 분)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시작한다. 이내 불의의 교통 사고가 이들에게 닥치고 둘은 병원으로 실려간다. 페이지는 가까스로 눈을 뜨지만 남편의 존재는 물론 남편과의 사랑했던 기억이 지워진 '단기 기억상실증' 상태다. 레오와의 생활이 낯설어 그를 떠나는 페이지. 그러나 레오는 아내의 사랑을 되찾으려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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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과 반전, 센세이션이 지배하는 TV '막장' 드라마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지만 '서약'의 내러티브는 담담하다. '서약'은 HBO의 히트 드라마 '그레이 가든'(2009)로 주목받은 마이클 수지 감독의 극장용 영화 데뷔작. 그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청승맞게 흘러갈뻔한 극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건조하게 풀어낸다. 마치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화이트 데이를 겨냥하고 개봉하는 '달달'한 로맨틱 드라마에서 두 주연 배우의 화학 반응은 필수다. 그러나 '서약'의 채닝 테이텀과 레이첼 맥아담스에게서 레오와 페이지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스텝 업' '디어 존' 등으로 국내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인기 스타 채닝 테이텀은 비극의 주인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뻣뻣함으로 일관한다. '노트북' '시간여행자의 아내' 등 여러 차례 유사 장르를 경험한 적 있는 레이첼 맥아담스는 기존 자신의 연기를 '재활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안타깝지만 '서약'은 캐스팅의 부조화로 정작 메시지가 관객에게 전해지지 못한 불운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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