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 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수입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과 2월 차례로 신차를 출시한 도요타와 BMW 모두 성능과 편의사양은 늘리면서 가격을 낮추는 동일한 전략을 펼쳤다.
도요타는 내달 12일 출시예정인 렉서스 브랜드 'GS'와 도요타 브랜드 '도요타GT86' 등 신차 가격도 기존 차량 대비 낮은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GS의 하위 트림 250모델을 도입해 소비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회사측은 도요타86, 벤자 등의 연내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에 자신감이 붙은 만큼 판매목표는 2만700대로 상향조정했다. 특히 도요타 캠리를 월 500대에서 600대로 12% 끌어올렸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도요타 캠리는 2월 1000대 가까운 판매대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닛산과 크라이슬러도 가격인하에 동참했다. 닛산은 사실상 가격을 인하한 올뉴 인피니티 FX30d 디젤 차량을 내놨다. 가격은 8000만원대지만 최상위 트림의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해 사실상 1000만원 가까운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크라이슬러도 디젤과 가솔린 300C 모델을 동시에 내놓고 가격을 최대 400만원(가솔린 기준)까지 낮췄다.
수입차의 가격인하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되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형 SUV 베라크루즈를 내놓고 가격을 최대 147만원까지 인상했다. 기아차와 쌍용차도 각각 2013년형 K5, 코란도C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올렸다. 한국GM는 신형 알페온 EL300 슈프림의 가격을 최대 196만원, 올란도 LTZ를 87만원까지 올렸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는 볼수 없지만 수입차들이 가격인하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마케팅 전략인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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