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강용석, 법적추궁 하지 않겠다"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성정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병역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 전 무소속 의원을 용서하며 법적 추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박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22일에는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MRI(자기공명영상) 재검을 받아 촬영한 사진이 과거 병무청에 제출된 사진과 동일하다는 것이 판명된 바 있다.

박 시장은 "강용석 전 의원과 내 반대편에 섰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겠다"면서 "그들이 참회와 함께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판단하리라 믿고 공은 그 쪽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사실 강 전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에 동조한 단체와 대표자, 언론사, 이 사실 작성하고 유포한 개인들에게 형사, 민사 소송 모두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 죄값을 끝까지 묻겠다고 결심했었지만 이미 진실은 드러났다"면서 "나의 이런 결단으로 말미암아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의료 자료가 어떻게 유출된 것인지.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한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내가 모르는 병역 비리가 있을 수 있나 해서 아내와 아들에게 모두 물었지만 정색을 하면서 그럴리가 있냐고 되물었다"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자기를 믿지 못하냐고도 했다. 아들에게 큰 죄를 짓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강용석 전 의원이 아들의 병역비리를 주장하면서 아들이 걸어다니는 모습 찍어오면 현상금을 주겠다고 했고, 아들이 다니는 교회에도 들어가 동영상을 찍고 아들 여자친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을 때, SNS에서 악의적인 얘기들 쏟아냈을 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의사들조차 조작의혹을 내놨고 일부 극단적인 언론들이 나를 몰아세웠는데 그 두달 동안 우리 가족들은 함께 밖에 나서는 것조차 맘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 동안의 심정을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시청앞에서 강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데모하며 자신의 집무실까지 그 소리가 들릴때 참담했었다는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시청앞 데모하던 정체성 알 수 없는 단체, 집무실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면서 "시내 전역에 플래카드도 걸렸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 운전하던 직원과 비서관한테도 부끄러웠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명색이 서울시장이라는 사람과 그 가족에게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인 이익 얻고 동조 세력 모을 수 있는 구조가, 또 그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서울시장에게도 이럴 정도라면 남의 일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 품격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끝까지 믿어준 시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신뢰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고통 받았던 가족들에게도 내가 공직에 있음으로 인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군에서 복무하면서 청춘 보내고 있는 장병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와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용서한다는 게 법적 책임 묻지 않겠다는 거냐
▲그렇다. 공을 그 쪽으로 넘기겠다. 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고 상식적인 사회 만들 수 있도록 기회 주려고 한다.

-불법 개인 기록 유출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할 건가. 본인들이 밝혀야된다는 건지 사법 기관에 요청하겠다는 건지
▲의료 기록의 문제는 어떤 네티즌이 고발을 해서 형사 사건화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계속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

-입당은 문제를 해결하고 하려고 했던 건가
▲그렇지는 않다. 원래 지난주 김두관 지사와 입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고 그 때 미뤘던 거다.

-미온적인 대응이 논란 키웠다는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흔히 성폭력 사건이 있으면 많은 남성과 언론들은 여성이 왜 그렇게 화려한 옷 입고 있었냐. 왜 적극적인 저항 하지 않았냐 말한다. 때론 저항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에 이런 일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병역을 기피할 수가 있나.

서울시장. 이런 공직자가 병역을 면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의심 자체가 너무나 황당한 것이었다. 왜 아들의 키를 공개하지 않았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는데 황당한 질문이다. 우스꽝스러운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 제기 당한 사람이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안 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직접 와서 물어볼 수도 있었던 문제다.

마치 다 확인된 사실처럼 수많은 단체가 함께 문제 제기했다. 정상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넘어선 상당히 정치적인 암살이었다고 본다. 정치적 암살 기도였던 것이다

-공개 검증하기 전에 새벽에 명지대에서 시뮬레이션 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시뮬레이션은 아니고, 어제 세브란스 재촬영으로 완전히 해결되거라고 보지 않았다. 또 문제제기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번 더 확인해 둔 것이다.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오진희 기자 valere@
성정은 기자 j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