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프장이 최근 사흘간 휴장했습니다.
폭설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합니다. 찾아오는 고객도 없는데 말이죠. 우리 모두 출근해서 하는 일은 그저 눈밭에서 노는 일입니다. 추운데 눈밭에서 노는 게 웃길 수도 있지만 눈이 내린 다음날은 전 직원이 출근해 눈밭을 뒹굽니다. 물론 노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밤새 눈이 오면 다음날 누구 하나 빠짐없이 회사로 모여드는 우리들. 모르는 사람들은 "왜?"라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그 답은 휴장이 끝나고 우리 골프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쌓인 눈은 사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수많은 기계들과 사람들의 넉가래질, 삽질,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세상은 온통 하얗습니다.
골프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눈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차라리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아무 보수도 없이 눈을 치우는 일은 당연히 불만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아무도 없는 눈 쌓인 골프장으로 이끄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이 골프장의 '주인'이라는 생각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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