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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눈쌓인 코스의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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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눈쌓인 코스의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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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골프장이 최근 사흘간 휴장했습니다.

폭설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합니다. 찾아오는 고객도 없는데 말이죠. 우리 모두 출근해서 하는 일은 그저 눈밭에서 노는 일입니다. 추운데 눈밭에서 노는 게 웃길 수도 있지만 눈이 내린 다음날은 전 직원이 출근해 눈밭을 뒹굽니다. 물론 노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저와 몇몇 친구들은 툴툴대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눈밭에 나와 논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더라고요.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표창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다들 하나같이 넉가래와 삽을 들고 코스에 나가 눈과의 씨름을 합니다.

밤새 눈이 오면 다음날 누구 하나 빠짐없이 회사로 모여드는 우리들. 모르는 사람들은 "왜?"라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그 답은 휴장이 끝나고 우리 골프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쌓인 눈은 사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수많은 기계들과 사람들의 넉가래질, 삽질,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세상은 온통 하얗습니다.

골프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눈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차라리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아무 보수도 없이 눈을 치우는 일은 당연히 불만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아무도 없는 눈 쌓인 골프장으로 이끄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이 골프장의 '주인'이라는 생각입니다.
내가 눈을 치우고 있는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내일 티를 꽂고 공을 얹을 것입니다. 그리고 눈밭에 조금씩 드러난 페어웨이에서 단 한 번이라도 멋진 티 샷을 날리고 싶은 바람이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우리들은 이미 이 골프장의 주인입니다. 다른 골프장에서도 우리들과 똑같이 눈을 치우는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골프장의 주인들만이 웃음꽃을 피우며 눈 쌓인 코스를 치우고 다듬을 수가 있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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