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다. 뛰어난 언변과 화술이 있더라도 때로는 침묵하면서 상대방과 주변의 여론을 청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의 격언이다.
사회의 원로들나 어른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인데,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요즘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안 전 시장은 민선 3~4기인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재임하면서 인천시의 모든 현안을 총괄했던 사람이다. 2010년 지방선거 패배 후 퇴임한 그에게 '원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어느새 다시 '투사'가 돼 나타났다.
안 전 시장은 지난 6일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후임자인 현 송영길 시장을 맹비난했다.
안 전 시장은 이날 물러난 지 1년 7개월 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에 등장해 작심한 듯 조목조목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그는 우선 인천시 부채 문제에 대해 "저는 감당 못할 부채를 넘겨 준 일이 없다"며 "인천의 부채는 현 시정부가 들어선지 2년도 채 안 되어서 최소 2조원 이상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에 대해선 "전액 국비를 확보했다는 선전은 거짓말이다. 시 재정이 거의 들지 않는 민자 투자 방식을 채택했었는데, 현 시정부가 이를 시민 혈세로 전환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151층 인천타워 건설 포기ㆍ송도 개발 중단 사태로 인천의 건설 경기가 폭삭 주저 앉아 버렸다"며 "경제자유구역의 추진과 발전은 기형화와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구도심 재생 사업은 희망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열린 인천시 주최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에 대해서도 "송 시장 개인 홍보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재정만 축내고 국내외 망신살만 자초했다"고 비난하며 "여론 조사를 해서 정책 지지율이 50% 미만이면 그만 두라"고 촉구했다.
안 전 시장은 자신의 기자회견에 대해 "인천을 위한 충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벌써부터 총선 출마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가 "결정된 게 없지만 당이 불러 주면 나서겠다"고 말한 게 그 근거다.
그러나 시민들과 야당은 물론 안 전 시장이 소속된 새누리당까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한 언론을 통해 "인천 지역 새누리당 10명의 국회의원과 시 당직자 90%, 그리고 안 전 시장의 측근까지도 안 전 시장이 이번 4ㆍ11 총선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도 전임 시정 책임자로서의 진중한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책임 전가ㆍ본말 전도 등 비난을 위한 논리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자신이 먼저 1회 대회부터 시작한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비난한 것에 대해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직선인 송 시장에게 대안도 없이 "지금 물러나라"고 촉구한 것도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 사회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변화 발전한 탓에 존경받는 원로가 없다는 점이 큰 약점 중 하나다. 우리는 그 후보 중의 하나를 그날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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