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로 취임 1주년을 맞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표현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심해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허 회장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을 에둘러서 말한 것.
정치권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책공약으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재벌세 도입 등을 거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이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등 가뜩이나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데 올해 정치권마저 공세에 나서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허 회장이 GS그룹을 경영하면서 전경련 회장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상황이라 모든 이슈에 일일이 나서서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후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1년이 너무 빨리 갔고 힘들었다”고 답한 바 있다.
의도치 않게 지난해 초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계의 신사라는 별명답게 평소 겸손하고 잘 나서지 않는 성격상 전경련 회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이후 느꼈을 심적 부담이 짐작대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간에 중책을 맡았고 올해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과 정부의 대기업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상 허 회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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