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주식으로 돈 몰려··강해진 위험자산 선호 심리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신흥국으로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 부채 위기 확산 우려 속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위험자산으로 인식된 신흥국 통화·주식의 인기가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신흥국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멕시코의 페소, 브라질의 헤알, 인도의 루피 등 주요 신흥국 통화들은 연초 이후 달러 대비 평균 5%가 넘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페소와 루피는 이달 들어서만 달러 대비 각각 7% 상승했고 헤알과 러시아 루블은 6% 올랐다.

15개 주요 신흥국 통화는 올 해들어 모두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했는데, 그 상승폭이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유로, 엔, 파운드는 달러대비 상승폭이 1.5%에도 못 미쳐 신흥국 통화에 밀리는 모습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베누와 안 외환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통화들이 연 초 부터 화려한 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유로존의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투자자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유로와 신흥국 통화는 동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유로화가 하락해도 신흥국 통화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 주식·채권 시장도 통화와 함께 동반 강세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지난해 크게 급락했던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 글로벌(EPFR Global)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주 신흥국 주식과 채권형 펀드에 44억달러를 쏟아 부어 주간 투자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만 해도 21%나 급락했던 MSCI신흥시장지수도 올 해 들어서는 10.2% 상승하는 반전을 나타냈다. 신흥국 주식시장 중에서 연초 이후 가장 선전하고 있는 곳은 이집트다. 이집트 주식시장은 올 해 들어 25% 상승했다. 그 뒤를 헝가리(21%)와 터키(19%)가 따르고 있다.

투자은행 내 외환 담당자들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3) 시행 기대감과 함께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 돈이 몰리는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진단하고 올해는 신흥국 통화가 달러나 유로를 앞서는 상승폭을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절상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와 남미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때문에 불거진 통화가치 급락세를 전부 만회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객들이 최근 달러 대신 유로로 페소나 헤알화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에게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유로를 이용해 예상 수익률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남아공 란드와 터키 리라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때문에 수출 경쟁력의 타격을 원치 않는 신흥국 정부가 올해 가파른 자국 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이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선미 기자 psm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