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은 조속히 사실 관계를 파악해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시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실제로 해외출장을 갔는지와 문제의 돈봉투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원 보좌관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마당에 미적대다간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더욱 키울 뿐이다.
정씨는 수백억원대 교비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을 도운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한 채널 배정 및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등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골프 회원권을 포함한 수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의원 보좌관의 폭로로 방송ㆍ통신 정책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추가됐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제기된 정씨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무관하다며 하위직 간부를 시켜 해명토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최 위원장의 이름까지 거론되며 돈봉투 전달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계속 몰라라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청와대도 필요하면 나서야 할 것이다. 설날 세뱃돈으로 한 장만 받아도 가슴 설레는 5만원권 지폐를 봉투에 100장씩 넣어 주고받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