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1 경쟁 뚫었건만.. 오른 전셋값 메우느라 계약금 낼 돈이 없네"
그의 '보금자리 앓이'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해 10월 사전예약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살고있던 서울 강동구의 전셋집은 재계약 시점이었다. 집 주인은 전셋값을 올리겠다고 통보했고 깊은 고민에 빠져 보금자리주택을 받는 것이 지상목표가 됐다. 그러던 중 '하남시 지역우선 물량은 청약통장 50만원 짜리를 넣은 사람도 당첨된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바로 발걸음을 하남으로 돌렸다. 하남에 잇따라 개발되는 보금자리지구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에서였다.
어렵게 당첨자 대열에 합류한 채씨는, 당첨자 명단 발표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180도 바뀐 심정이다.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받았지만 분양대금 납부기일은 점점 닥쳐와서다. 전세난 속에 전세금을 올려주면서 이리저리 집을 옮기느라 주머니는 이미 텅 비었다. 얼마 안가 내야 할 계약금부터 댈 재간이 없다.
발등에 떨어진 계약금은 4977만원. 전셋집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미 주변 시세는 5000만원 이상 뛴 상황이어서 별도로 5000만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애가 둘인 펑범한 샐러리맨 입장에서 현금 5000만원이 얼마나 큰 벽인지 새삼 깨닫는 중이다. 그는 다시 좀더 싼 전셋집을 알아보러 하남시내를 뒤지고 있다.
변수는 가파르게 오르는 전셋값이다. 하남시내에서 그처럼 전셋집을 구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입주예정일인 2014년 6월 보금자리주택 대거 입주로 전셋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은 벌써부터 전셋값 관리에 나섰다. 미리 전세금을 올려받아 예상되는 손해를 상쇄해 보겠다는 의도에서다.
채씨는 "보금자리에 입주할 때까지 난민 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최대한 전셋집을 얻어보려 하겠지만 여건이 정 안되면 반전세나 월세까지도 고려할 판"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당첨이란 대박을 맞았다는 주위 사람들의 축하인사를 뒤로한 채 고민에 빠진 채씨. 그는 "'보금자리 난민' 신세가 됐다"며 "당장 전세물건부터 찾는게 시급하다"면서 중개업소로 종종걸음을 쳤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