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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EU 위기지만 외교는 더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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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난동으로 올겨울 눈조차 제대로 오지 않은 코펜하겐에서 최근 덴마크의 유럽연합(EU) 의장국 수임 축하행사가 열렸다. 앞서 의장국을 맡았던 폴란드와 다음 의장국이 될 사이프러스에선 총리가 참석했고, 유럽의회 의장과 유럽집행위원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행사장에선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환희를 연주하고 여성 합창단이 독일어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 이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드보르자크의 슬라보니아 무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요한 슈트라우스의 황제왈츠, 비제의 카르멘 서곡 등 유럽의 주옥 같은 곡들이 이어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냈다.

유럽 27개국이 회원국인 EU는 가장 정교한 협력을 자랑하는 지역협력체다. 지금 유럽은 아일랜드에 이어 그리스 등으로 재정위기가 퍼졌고 남유럽 국가들로 그 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세계경제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어려움의 핵심에는 EU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의 EU에 이르기까지 유럽 국가들은 만만찮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치렀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끊임없는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그런 전쟁의 참화 속에서 철과 석탄을 함께 묶어두자는 석탄ㆍ철강공동체로 시작해 유럽경제공동체를 거쳐 경제, 국방ㆍ안보, 사법ㆍ내무 3개 분야 협력의 기둥 위에 우뚝 선 EU로 발전했다. 회원국들은 경제, 재정 및 외교 권한을 상당부분 양보하면서 EU에 보다 많은 권한을 줬다.

17개 국가는 유로(Euro)를 단일통화로 쓴다. 지리적으로 유럽에 있거나 있다고 여겨지는 나라들은 그런 EU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다. EU는 엄격한 자격기준과 1000개 분야에 달하는 세부사항에서 정교한 교섭과 그 이행을 전제로 회원국을 받아들여 유럽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지평선을 넓혀가고 있다. 경제위기로 당분간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터키처럼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으면서 한국처럼 알타이어를 함께 쓰고 중앙아시아에 적극적인 외교를 펴는 '주변' 국가도 EU에 들어가겠다는 희망에 들떠 있다. 그런 곳이 바로 EU다.

EU 27개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이 되면 6개월간 100개가 넘는 이사회, 1000개에 달하는 각종 회의를 주재한다. 실로 엄청난 행사가 매년 유럽의 각국 수도에서 벌어진다. 의장국을 맡은 나라들은 6개월간 뭔가 성취를 이루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이번에 의장국을 맡은 덴마크는 '책임 있는 유럽' '역동적인 유럽' '녹색 유럽' '안전한 유럽'을 우선순위로 내놓고 있다.
앞으로 7년에 걸쳐 유럽 다년 예산의 틀을 짜게 된다. 더구나 올해는 유럽 내 사람ㆍ물건ㆍ돈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자는 단일시장(Single Market)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덴마크는 올해 단일시장의 활성화를 꼭 이루어 내겠다는 포부다. 활성화된 단일시장을 통해 유럽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유럽시민에 도움이 되는 EU가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장관이 EU 의장국을 맡은 덴마크를 17일 방문한다. 이어 19일부터는 터키를 방문해 양국 간 발전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우리 외교는 북한의 3대 세습과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과의 외교소통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동북아지역의 외교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EU 외교를 이제부터라도 챙겨야 한다.

우리 외교는 그간 동북아, 전통적인 주변 4국, 그리고 미국에 치중돼 왔다. 작년 7월 발효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그리고 유럽 각국과의 협의체를 통해 유럽과 유럽의 이웃지역으로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나 유럽인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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