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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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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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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1995년 개봉된 '세븐'의 강렬함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칠거지악, 즉 탐식, 탐욕, 욕정, 교만, 시기, 분노, 나태를 범한 사람들을 단죄하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세븐'은 극 중 배경이 되는 미국 뉴욕을 시종일관 비가 내리는 음울한 공간으로 묘사하며 세상의 끝에 다다른 것 같은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비주얼도 만만치 않다. 화면 연출과 편집 테크닉은 트렌디한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감각적이었다. 통상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엔드 크레딧(영화에 참여한 캐스트와 스탭들의 목록)과는 달리, '세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파격을 꾀했다. '세븐'은 당시 재능 있는 신인 감독이었을 뿐인 데이빗 핀쳐를 단번에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감독으로 올려놓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등 최근 할리우드 최고 감독이 된 데이빗 핀쳐가 또 연쇄살인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Millenium: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이하 밀레니엄)이 바로 그 작품이다.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밀레니엄'을 전작 '조디악'(2007)에 이은 연쇄살인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떠들어 댄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명예훼손 소송에 시달리던 기자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 분)은 온 몸에 용문신과 피어싱을 한 기괴한 해커 리스베트(루니 마라 분)와 함께 40년 전 일어난 스웨덴 재벌 집안 헨리크의 손녀 '하리에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구약성서의 특정 내용에 따라 진행되는 연쇄 살인 등 그 안에는 추악한 진실과 악의 실체가 자리한다. 데이빗 핀쳐의 '전매특허'인 내러티브다. 기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명불허전이다. '밀레니엄'은 '세븐'과 '조디악'을 닮아있는 '초' 감각적인 뮤직비디오 클립으로 시작된다. 이후는 숨가쁘게 스웨덴 상류 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풀어놓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하얀 입김이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순백의 배경은 음울한 영화의 분위기에 확실하게 일조한다. 여기에 확실히 힘을 더한 것은 '밀레니엄'의 두 배우들이다. '007' 대니얼 크레이그는 흡사 원작 소설에서 뛰쳐나온 듯 하며, 리스베트 역의 루니 마라도 싱크로율 100%다. 곧 나올 2편과 3편을 위해 극 말미 급하게 이야기를 닫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전혀 문제 없다. 영화 보는 내내 시계를 연신 들여다 보게 된다. 지겨워서가 아닌, 볼 내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아쉬움이다. 연출ㆍ각색ㆍ연기 등 '밀레니엄'은 3박자를 고루 갖춘 걸작 스릴러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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