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겪은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중국의 위세에 눌려 움츠리고 있던 주변 국가들이 미국의 세를 등에 업고 들고일어났고, 결국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치달았다. 6월8일 남중국해상 중국 순시선이 베트남 원유 탐사선 케이블을 또다시 절단하자(5월26일 1차 절단) 베트남이 크게 반발해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징병 관련 법령을 발표했다. 남중국해 근처에서 대규모 실탄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대만ㆍ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미국도 이 기회에 베트남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간섭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복귀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가동한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왜 매번 북한을 두둔하는 것일까. 중국이 불필요한 북한 사태 개입을 꺼린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북ㆍ중 자동 군사개입 관련 조약이다. 북한과 중국이 50년 전 체결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북ㆍ중 우호조약) 제2조는 '일방이 외부의 무력침공으로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방은 전력을 다해 바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에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이 변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탈북자들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둘째, 중국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한반도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10월 차세대 지도부 2인자 리커창 부총리가 북한과 남한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는 친미 성향의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포위 전략에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한반도까지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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