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어 엔고가 단기 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1일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 판단을 2개월 연속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양적완화 규모는 동결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BOJ도 더 이상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엔고 때문에 11월 수출은 2개월 연속 감소해 5조1977억엔을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로 4.5%나 줄어 4%가 줄어들 것이라던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엔고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입은 2개월 연속 늘어나 5조8824억엔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시기에 이같은 무역적자는 계절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 홍수 때문에 전자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졌고 일본의 완제품 수출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엔고 지속 가능성= 급증한 무역적자에서도 볼 수 있듯 엔고는 현재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인 엔화 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일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개 중앙은행이 11월30일 단행한 달러 스왑 금리 인하가 일본이 원하지 않는 엔화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달러스왑 금리 인하가 결국 달러 유동성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만큼 엔화 가치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스왑 금리 인하로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었지만 현재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결국 스왑 금리 인하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만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달러·엔 환율이 조만간 지난 10월31일 기록한 역대 최저치 달러당 75.31엔을 깨뜨릴 것이라는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 트러스트앤뱅킹의 아미쿠라 히데키 외환 매니저는 달러 유동성 공급 공조와 함께 미국 경제와 유럽 부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면 달러·엔 환율은 내달 말까지 달러당 70엔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동성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BOJ는 뚜렷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BOJ 경기판단 하향+양적완화 동결= BOJ는 이날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와 양적완화 규모를 동결했다. 대신 경기 판단 전망은 2개월 연속 하향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BOJ가 경기 판단을 하향조정하면서도 통화 부양책 확대를 억제했다고 전했다. BOJ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0~0.1%로 동결했다. 또 20조엔의 자산 매입과 35조엔 규모의 신용 대출 등 총 55조엔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BOJ는 경제활동 상승이 중단됐다며 경기 판단 전망을 하향했다. 또 수출과 생산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 신뢰도 개선도 둔화됐다고 밝혔다.
SMBC 닛코 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월 말까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지면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BOJ가 새해에도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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