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카리스마 깨고…질책·칭찬 적극적 표현
경제 불확실성에 빠른 판단 요구…궁금증 바로바로 해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요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언행이 확연히 달라졌다. 좀처럼 말을 아끼던 과거와 달리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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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12일 열린 하반기 해외법인장회의에서 '위기'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정 회장이 '위기'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동차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면서 "상황을 직시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언급했다.

절박감이 묻어나는 발언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법인장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특별한 지침이 없이 지나간 만큼 이 달에는 뭔가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래도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 다소 놀랐다"고 언급했다.


올 상반기까지 법인장 회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7월 열린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는 "환율에 잘 대응하라"는 말 외에는 별 다른 언급이 없었으며 일 년 전인 지난해 말 가진 법인장 회의에서는 품질과 함께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강화"를 당부했다.


다양한 요구사항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최근 일이다. 이달 초 가진 회의에서 정 회장은 "하이브리드차 광고를 새로 만들 것"과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일하라"는 주문사항을 밝혔다.


그렇다고 긴장만 높이지도 않는다. 회의에서 칭찬을 한 것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달 5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일년간 고생 많이 했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칭찬 듣기는 내 기억에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수출전략회의를 생략하고 서면 보고로 대체하기도 했다. 임원들의 토요일 출근 자제도 최근 들어 나타난 변화다. 말은 되도록 아끼되,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거침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정 회장이 달라진 것은 경영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내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가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침묵의 카리스마'를 보였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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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상황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궁금증 해소에 더욱 못참는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이 얼마전 그룹 모 부회장에게 새벽 5시쯤 전화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밤새 고민하다가 못참고 전화한 것인데, 출근 준비 중에 전화를 받은 부회장은 깜짝 놀랐다. 정 회장은 평소 아무리 궁금한 게 생겨도 출근한 이후 불러 물어보기 때문이다. 이날 정 회장은 새벽 6시쯤 출근해 보고를 받았고 오전 8시도 안돼 퇴근했다고 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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