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이슈들보다 요즘 저를 더 비관적으로 만드는 것은 인터넷 댓글들입니다. 신문사들의 누리집에서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읽어보노라면 우리 동시대인들의 마음 속에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 발견하게 됩니다. 선행의 배후에는 개인적 이기심과 욕망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댓글들에 선연히 드러납니다. 기부도 봉사도 다 욕망의 다른 이름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제안 따위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음모에 불과하다고 댓글들은 비아냥댑니다. 이런 왜곡된 시선이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좀 유난스러운 사람들이겠지 애써 생각해보지만 이런 냉소와 혐오는 사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결한 주장의 뒷면에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이기심이 배어 있다 하더라도 그 구호와 주장을 통해 세상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주장했던 이유는 그가 인류의 보편인권을 믿어서라기보다는 미국 남부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유럽의 지원을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 위대한 연설로 기억되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사실 분방한 사생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이런 뒷이야기들이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흠집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역사를 진보시킨 위대한 자취를 남겼다는 점은 여전히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뉴트리노가 정말 빛보다 빠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CERN)의 실험 결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상반되는 결과를 얻은 것이지요. 성급한 기사들은 타임머신 운운하지만 제가 확신하건대 이 연구가 실용성을 갖게 되는 데는 적어도 수십년 이상은 걸릴 것입니다. 한마디로 돈 안 되는 연구지요. 그래도 학자들은 이런 유의 연구에 기꺼이 평생을 겁니다. 이들은 위인도 성자도 아니며, 다른 이들과 똑같은 욕망에 시달리지만 금전적인 욕구 이외의 가치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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