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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인생2막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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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라. 전 직장 스타일 고수마라
섞여라. 새 인간관계 형성에 신경
배워라. 먼저 이직한 선배 멘토로


직장 인생2막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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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중견 제지업체에 근무 중이던 A씨는 올초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일 잘하는 그를 눈여겨본 B사는 높은 연봉을 제시했고 A씨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A씨는 이직 2개월 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야만 했다. 그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동료 직원들이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심지어 왕따를 당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이직을 결심한 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그만두게 됐다"고 토로했다. 예전 직장에 돌아갈 수도 없는 그는 현재 헤드헌팅 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경력 이직이 늘고 있다. 그만큼 실패 사례도 늘고 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A씨처럼 '중도포기'를 선언하는 경우다. 지난해 취업포털 스카우트가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870명에게 조사한 결과 "이직 후 설움이나 실망감 때문에 3개월 내에 퇴직했다"는 답변이 39.4%나 됐다. 10명 중 4명 꼴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사원을 받아들이는 직장뿐 아니라 경력사원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움직여 성공적인 안착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최나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력 사원이 기업의 인재로 정착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3가지 유형과 해결책 3가지를 알아본다.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경쟁업체로 이직한 C는 성공적으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 경우다. 그는 비결로 '관계 형성'을 꼽는다. 이직 후 당분간은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데만 집중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누구를 보더라도 먼저 인사하면서 얼굴을 보여줬다. 사내 동호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는 이들을 넓혀 나갔다.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기존 직원들보다 인간관계가 넓어지더라."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나 홀로 살아갈 수 없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직급이 높을수록 네트워크 형성은 성과로 직결된다. 본인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조직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팀장급으로 이직한 사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어려움이 인재 확보다. 부하들은 기존 상사의 눈치를 보고, 동료들은 경계하니 사방이 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빠른 시간 안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같이 할 수도 있고, 퇴근 후 회식 자리에 참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직 후 당분간은 되도록 많은 통로와 자리를 통해 다른 직원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동호회 등 사내 모임은 해당 기업의 문화와 분위기를 익히고 조직 내에 융화될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한다.

◆나를 버리자=이직에 성공했다면 나름 업무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경력 사원 중 자신만의 업무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전 직장에서 효과를 봤던 방식인 만큼 새로운 직장에서도 고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할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던 D씨. 그는 높은 연봉을 보장받고 최근 로컬 기업의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무 능력은 자신 있는 그였지만 이직 후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고 체계를 두고 부하 직원과 불화가 생긴 것.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보고하는 환경을 중시하는 그는 이직 후에도 그런 태도를 요구했다. 직급에 따른 단계별 보고에 익숙해 있던 팀원들은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반발했다. 그는 "내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 밀어붙였지만 반목만 깊어졌다. 지금 와서 돌이킬 수도 없어 고민 중"이라고 호소했다.

반대 사례도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20-20 클럽(20 홈런-20 도루)에 가입한 추신수 선수. 그가 꼽은 성공 비결은 '기존의 나를 비우고 버린다'는 것이었다. 갓 미국에 건너간 그는 훈련법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프로야구팀의 훈련 방식이 한국과 달라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 그는 "그 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비워내고 다시 처음부터 유연한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나아가 추신수는 한국과 미국의 훈련법을 조합해 자신만의 훈련법을 만들었고 서양인에 비해 열세인 신체 조건을 극복할 수 있었다.

최 연구원은 "나를 버린다고 해서 본인의 역량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새로운 조직의 문화와 체계를 받아들여 내 것으로 체화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멘토를 찾자=대기업 제조사로 이직한 E씨.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선배 덕분에 안착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잘 모르거나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하나하나 자세히 일러줬던 것. E는 "선배를 멘토로 여기고 따라다녔더니 어느 샌가 일 잘하는 사원으로 인정받고 있더라. 먼저 경험해본 선배 중 한 명을 멘토로 찾는 게 이직성공의 첫 걸음"이라고 전했다.

잘 만난 멘토 한 명은 경력사원에겐 수호천사와도 같다.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를 택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도움을 얻는 것이다. 멘토를 정한다면 직급 차이가 많지 않은 게 좋다. 너무 높은 직급의 상사에게는 세세한 질문이나 신변의 고민 등을 쉽게 털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경력사원 입사자를 멘토로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먼저 비슷한 길을 겪어본 만큼 무엇이 필요하고 어려운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멘토를 정하는 건 빠를수록 좋다. 최 연구원은 "되도록 빨리 확정하는 게 좋다. 최소한 입사 3개월 이내에 계획적인 멘토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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