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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중도금' 조선사들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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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비중 줄이고 한꺼번에 지급
선주들 결제구조 바꿔
돈 안돌아 건조작업 어렵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장사는 잘 되는 게 맞는데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네요."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정작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는게 조선업계의 현 상황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뎌냈고 올 들어 수주 여건도 나쁘지 않은 데 자금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가 하락과 후판 등 배를 만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데다가 최근엔 선사로부터 받는 중도금 결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척 가격이 수천억~1조원을 넘는 선박은 선주가 조선소에 발주할 때 평균 5회로 나눠 지불한다. 즉, 조선사는 선주사로부터 ▲최초 계약할 때 먼저 20%의 선수금을 받고 ▲최초 철판을 자르는 착공식 때 20% ▲최초 블록을 도크에 거치하는 기공식 때 20% ▲도크에 물을 집어넣어 선박을 띄우는 진수식 때 20% ▲건조를 완료하고 선박을 인도할 때 나머지 20%를 받는 식이다.
그런데, 해운시장이 위축되고 신조 발주가 급감하면서 이 같은 결제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계약의 주도권을 쥔 선주측이 선수금과 중도금 지급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종단계인 선박을 인수할 때 50% 이상을 한꺼번에 내는 '헤비 테일' 지급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주로부터 받은 돈으로 원자재도 구입하고 인건비도 해결하는 등 건조에 소요되는 운용비를 조달해야하는 조선사로서는 부담이 매우 크다. 가뜩이나 낮아진 선가에 더군다나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전기료와 에너지 가격, 인건비가 상승하는 늘어나는 등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출 비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푼돈 수준에 불과한 중도금으로는 건조작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결국 조선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꺼내 쓰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선주가 찾아가지 않은 선박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초에 비해 선주 사정이 좋아졌다는데, 아직도 조선소 주변에는 다 만든 선박들이 보관돼 있다. 선주들이 자사가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선주들이 배를 찾아갈 돈으로 새 선박을 발주하기 때문에 벌여진 현상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미수금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0.0%, 7.2% 하락한 것도, 중소 조선사들이 금융권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제구조의 변화와 미수금 증가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금 운용 계획을 더욱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한편 선주로부터의 입금을 독려해 하반기에는 사정을 개선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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