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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라이딩 열풍]“고난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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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사막과 고원을 여행한 한의사 김규만 원장

[대한민국 라이딩 열풍]“고난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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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 원장은 1986년 처음 MTB를 타기시작해 프랑스, 라다크, 티베트, 카라코람, 타클라마칸 등 각지를 MTB로 여행했다. 그는 “모험은 매사 긴장감을 주고 깨어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규만 원장은 1986년 처음 MTB를 타기시작해 프랑스, 라다크, 티베트, 카라코람, 타클라마칸 등 각지를 MTB로 여행했다. 그는 “모험은 매사 긴장감을 주고 깨어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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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로망은 뭡니까”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공통적인 대답 하나가 있다. 바로 세계일주다. 지구 한 바퀴를 다 돌지 않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 나가 한번쯤 자전거로 여행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기 많은 자전거인들의 로망을 모험 충만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꿔버린 한 사내가 있다. 김규만(52) 굿모닝한의원 원장이다.

“모험은 매사 삶에 긴장감을 주고 깨어 있게 만들고, 스스로를 억압하되 그것이 성취될 때 굉장한 트랜스(심리적 용어로 일종의 희열감, 김 원장은 ‘통함’이라고 말했다)가 되죠.”
김 원장은 모험심이 충만한 사람이다. 스스로는 모든 것이 열등감에 의해서 비롯됐다고 낮춰 말하지만 그동안 그가 시도했던 일들을 열거해보면 열등감만 갖고 시도하기엔 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결행해야 하는 기백과 용기가 없으면 어려운 일들이다.

그는 ‘동국산악회’ 회원으로 1988년 에귀디미디와 훼른리지, 1991년 동계에베레스트 등반을 경험했다. 또 1993년엔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을 창단해 네팔 등지에 의료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또 ‘한국문인’에 시인으로 등단했는가 하면 요트와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등 힘들다고 소문난 분야에는 모두 도전했다.


MTB 마법에 홀린 모험심 충만한 사나이
자전거 타기만 해도 그렇다. 평탄하고 아름다운 수많은 길들을 놔두고 굳이 고원과 사막지역을 택했다.

김 원장은 1986년 처음 MTB를 타기 시작해 이후 프랑스 알프스 원정을 비롯해 인도 북부 라다크 MTB 순환(1994,1999), 티베트 MTB 횡단(라싸-장무, 2007), 카라코람 하이웨이 MTB 종단(2008), 타클라마칸사막 MTB 종단(2008) 등 줄곧 해외 장거리 라이딩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원정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저서 <지나간 길은 모두 그리워진다>에 나온 맹자의 이야기로 대신했다.

“맹자는 2000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난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생어고난 사어안락 生於苦難 死於安樂)라고 말입니다. 인간에게 어느 정도의 괴로움과 어려움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난은 자신을 성찰하게 하고 깨어 있게 하죠.”

실제 2006년 티베트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동반자를 모으던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밀스러운 거사를 꾸미곤 했다. 황량한 자연에 나를 내팽개치는 것이다. 이런 고행의 과정이 아프긴 하지만 나를 고양케 하였다. 나는 마조히즘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여행을 떠나면 후회가 될 때가 많았다. 오죽하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특히 해발 수 천 미터가 넘는 높은 지대를 지날 땐 고산증세로 고생하기 일쑤였다. 워낙 장거리를 달리다보니 타이어 펑크는 또 얼마나 많이 났겠는가. 펑크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김 원장은 “빵꾸에 대해서는 박사학위감”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티베트에서 어느 농경지역을 달리는데 그곳에서만 자생하는 ‘쓰마’라는 날카로운 풀씨 때문에 그 자리에서 10여 차례나 타이어를 교체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느끼는 게 있었다고 하니 ‘작은 것은 강하다’라는 교훈이었다. 가시보다 수천 배 크고 강한 돌멩이는 MTB에 아무 장애가 안 되지만 작은 풀씨 하나가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을 만큼 강하다는 사실이다.


‘현자의 길’ 산티아고 여행 또다른 도전

김 원장은 주변에서 MTB 박사로 불린다. 지난해 MTB 실전 가이드 <올댓MTB>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탄 자전거들을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자전거를 끔찍하게 아낀다.

거의 ‘상전 모시듯’한다고. 그러나 요즘은 워낙 바빠서 예전만큼 자전거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그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자전거는 산악자전거용으로 하드테일 크로스컨트리, 철인3종경기용 트라이애슬론, 비포장 험로를 달리는 풀샥, 미니 벨로 등이 있다.

김 원장은 올 가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자의 길로 불리는 산티아고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계획이다. 평소 한의원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휴가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처지라 이번 여행은 열흘에서 보름쯤 큰 맘 먹고 다녀와야 한다.

그런 만큼 준비할 것도 많다. 그는 요즘 동네인 불광동 주변의 산을 다니며 라이딩을 한다. 백련산, 오송산, 매봉, 서삼릉, 수색산, 승가사 등이 주요 코스다.

김 원장은 자전거는 무조건 재미있게 타라고 조언한다. 몇 km를 달렸는지, 몇 시간 만에 주파했는지 라이딩 하나에 사생결단의 기세로 달려들기보다는 사색하는 자세로 자전거를 타면 진정한 재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그러다 보면 김 원장처럼 언젠가 두 바퀴에 의지해 낮선 세상으로 달려 나갈 용기와 결단력이 생기지 않을까. 올 가을 구불구불한 산티아고 길에서 도인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김 원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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