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은 각광받고 있는 대체 에너지의 하나다. 식물성유나 동물지방을 경우 대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오디젤과 경유는 구조가 매우 유사해 경유 차량에 바로 바이오디젤을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을 들여 차량 구조를 따로 바꿀 필요가 없고 경유와 섞어 써도 된다. 경유보다 유해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며, 저렴한 생산 비용은 덤이다. 지금도 콩을 비롯한 여러 육상 식물자원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콩을, 유럽에서는 서양유채씨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 뒤를 이을 바이오디젤 원료로 떠오른 것이 미세조류다.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의 장점은 무엇보다 생산성이다. 육상작물인 팜, 대두나 유채보다 경작 면적당 훨씬 많은 오일을 생산한다. 육상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3~8배의 오일을 짜낼 수 있고 최대 250배까지 가능하다. 또한 일년에 한두번밖에 수확할 수 없는 육상식물과 달리 성장속도가 빨라 연중 20회 이상 생산할 수 있다.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환경에도 더 도움이 된다. 식량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료라는 점도 손꼽힌다. 콩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바이오매스 주 원료로 사용함에 따라 제3세계 빈곤국이 식량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비식량자원인 미세조류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도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최근 롯데건설, 애경유화, 호남석유화학과 공동연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본격적 공동연구를 거쳐 미세조류 배양 생산공정 실증실험을 마치고 대규모 생산단지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 연구원 내부에 40톤급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실증실험장을 준공하고 미세조류 중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10여종의 미세조류를 배양해오고 있다. 목표는 2013년까지 바이오연료와 고부가물질을 포함해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10헥타르급 생산단지를 완성하는 것. 해양연은 실증실험장에서 배양한 미세조류를 지금까지 6~7차례 수확해 기름을 짰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올해부타 투자규모가 1조원대를 넘어섰다. 연구책임자인 강도형 박사는 "미세조류의 생산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맨 처음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연구가 시작된 건 1979년 미국에서였습니다. 1차 석유파동 이후에 대체연료를 찾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석유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연구도 진척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석유고갈 가능성이 새롭게 대두되며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2003년경부터 각국이 미세조류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엑슨모빌 등 해외 대형 정유업체도 미세조류 연료화 연구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엑슨모빌의 경우 2009년 미세조류 바이어연료 개발에 향후 5년간 6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에너지에 회의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 강 박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지방 함량이 많은 미세 조류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해내고, 거기서 짜낸 기름 성분들을 전부 바이오디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화학 공정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 현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 조류는 수백만종이예요. 여기서 계속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미세 조류를 발견해내야 합니다. 유전 위치를 찾는 일과 비슷해요. 첨단과학이지만 '노가다'에 가깝기도 하죠." 강 박사는 "우리는 미국 등과 달리 땅도 좁고 연구인력도 부족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며 "산유국이 아닌 만큼 어떤 에너지원이라도 개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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