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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렐라 먹고 가는 차...미세조류 이용 바이오디젤 시대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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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저널리스트 리처드 하인버그는 저서 '파티는 끝났다'에서 석유시대의 종말을 경고한다. "당장 전세계 석유생산 정점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현대 산업은 석유를 원동력으로 발전해왔다. 석유가 없다면 모든 경제활동은 정지된다. 전기를 쓸 수도 없고, 당장 먹을 식료품을 운송할 수도 없다. 그만큼 석유 고갈에 대한 불안감은 크다. 한편으로 현재 광범위하게 퍼진 '위기설'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시추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멕시코 만 원유 유출사고에서 보듯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심해 유전 탐사 등의 '신영역'은 그만큼의 위험을 수반한다. 석유 이후의 시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더 이상 석유가 남아있지 않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대체 에너지는 무엇일까.

바이오디젤은 각광받고 있는 대체 에너지의 하나다. 식물성유나 동물지방을 경우 대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오디젤과 경유는 구조가 매우 유사해 경유 차량에 바로 바이오디젤을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을 들여 차량 구조를 따로 바꿀 필요가 없고 경유와 섞어 써도 된다. 경유보다 유해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며, 저렴한 생산 비용은 덤이다. 지금도 콩을 비롯한 여러 육상 식물자원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콩을, 유럽에서는 서양유채씨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 뒤를 이을 바이오디젤 원료로 떠오른 것이 미세조류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생물로 클로렐라가 대표적이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인 포도당(글루코스)과 산소로 전환하는데, 여기서 생성된 글루코스로 생장과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 남는 에너지는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이 중성지방을 짜 내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바이오디젤은 물론이고 그린 항공기 연료나 그린 가솔린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원료 소재다.
현미경으로 본 미세조류. 수백만종의 미세조류 가운데 현재 5종 가량이 상업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현미경으로 본 미세조류. 수백만종의 미세조류 가운데 현재 5종 가량이 상업적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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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의 장점은 무엇보다 생산성이다. 육상작물인 팜, 대두나 유채보다 경작 면적당 훨씬 많은 오일을 생산한다. 육상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3~8배의 오일을 짜낼 수 있고 최대 250배까지 가능하다. 또한 일년에 한두번밖에 수확할 수 없는 육상식물과 달리 성장속도가 빨라 연중 20회 이상 생산할 수 있다.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환경에도 더 도움이 된다. 식량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료라는 점도 손꼽힌다. 콩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바이오매스 주 원료로 사용함에 따라 제3세계 빈곤국이 식량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돼왔다. 비식량자원인 미세조류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도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최근 롯데건설, 애경유화, 호남석유화학과 공동연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본격적 공동연구를 거쳐 미세조류 배양 생산공정 실증실험을 마치고 대규모 생산단지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 연구원 내부에 40톤급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실증실험장을 준공하고 미세조류 중 지방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10여종의 미세조류를 배양해오고 있다. 목표는 2013년까지 바이오연료와 고부가물질을 포함해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10헥타르급 생산단지를 완성하는 것. 해양연은 실증실험장에서 배양한 미세조류를 지금까지 6~7차례 수확해 기름을 짰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올해부타 투자규모가 1조원대를 넘어섰다. 연구책임자인 강도형 박사는 "미세조류의 생산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맨 처음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연구가 시작된 건 1979년 미국에서였습니다. 1차 석유파동 이후에 대체연료를 찾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석유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연구도 진척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석유고갈 가능성이 새롭게 대두되며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2003년경부터 각국이 미세조류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엑슨모빌 등 해외 대형 정유업체도 미세조류 연료화 연구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엑슨모빌의 경우 2009년 미세조류 바이어연료 개발에 향후 5년간 6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에너지에 회의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연구 '경력'은 아직 짧다. "1993년에 연구를 시작했었지만 정부에서 연구비 문제로 한동안 중단시켰죠. 국내에서는 2007년쯤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강 박사는 "생산성도 뛰어나지만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크게 기여한다"며 미세조류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양연에서는 100톤의 미세조류를 생산하면 약 180여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는 물론이고 향후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 소재이기도 하다. 상업화에 중요한 요인이 될 생산 단가는 어떨까? 연구 초기에는 바이오디젤 1리터당 5000원에서 7500원 사이였다. 지금은 약 3500원선까지 끌어내렸다. 강 박사는 "실증실험장에서 어느 부분에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며 "2013년에는 2000원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직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 강 박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지방 함량이 많은 미세 조류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해내고, 거기서 짜낸 기름 성분들을 전부 바이오디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화학 공정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해 현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 조류는 수백만종이예요. 여기서 계속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미세 조류를 발견해내야 합니다. 유전 위치를 찾는 일과 비슷해요. 첨단과학이지만 '노가다'에 가깝기도 하죠." 강 박사는 "우리는 미국 등과 달리 땅도 좁고 연구인력도 부족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며 "산유국이 아닌 만큼 어떤 에너지원이라도 개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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